[문화의 창] 매미 소리 잦아들 때

입력 2023-09-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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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맴 하고 우는 참매미는 대략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운다. 매미는 가장 짧으면 7년 땅속에 있다가 나온다. 그보다 좀 더 길게 11년이나 13년 있다가 나오기도 한다. 길게는 17년 있다가 나오는 종류도 있다. 그러나 9년이나 10년, 12년 땅속에 있는 매미는 없다. 매미가 땅속에 있는 시간은 그냥 홀수가 아니라 1과 자신의 수로만 나누어지는 소수의 해다. 만약 12년이라면 2, 3, 4, 6년마다 출몰하는 천적을 피할 수 없다. 매미 나름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며 매미를 참 많이도 잡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땅 위에 나와 울기까지 어두운 땅속에서 얼마나 오래 기다리고 애썼는지 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인데 어릴 때는 그런 걸 전혀 몰랐다. 장남감 하나 없는 산촌에서 매미나 잠자리를 잡아 다리에 실을 묶어 공중을 날게 하며 놀았다. 그렇게 매미를 많이 잡아도 매미 중에 가장 큰 말매미와 날개가 기름을 먹인 유지와 같은 유지매미는 일 년에 한 마리 잡을까 말까 했다.

못 잡고 건너뛰는 해가 더 많았다. 둘 다 너무 높은 데서 울었다. 동네에서 누군가 말매미나 유지매미를 잡았다고 하면 일부러 구경 갈 정도였다. 참매미는 검은색 바탕에 등판에 초록색 무늬가 있고, 말매미는 전체적으로 옅은 고동색이다. 날개도 은은하게 누른빛이 돈다. 유지매미는 이름 그대로 날개가 기름을 잘 먹인 유지와 같다. 매미 중에서도 귀족처럼 보인다.

그러다 9월이 되면 참매미와 미루나무 꼭대기에서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시끄럽게 우는 말매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때 나타나서 지즈지즈 우는 매미가 늦털매미다. 늦털매미가 울면 가을이 온다. 밤에 얼레가 들고 밤송이가 벌어진다. 산에 송이가 나기 시작한다.

밤만 얼레가 드는 것이 아니라 옛날얘기에 나오는 개암도 익는다. 잘 익은 개암을 따서 어금니 쪽으로 깨물면 옛날얘기에 나오는 것처럼 집 기둥이 부러지는 것처럼 딱, 소리가 난다. 머루도 거뭇거뭇 얼레가 들고, 서리가 내릴 때야 말갛게 익는 다래도 몸집을 키운다.

가을이 되어야 비로소 몸집을 키우는 과일 중에 배와 감이 있다. 배와 감은 익어가면서 과육을 키운다. 특히나 감은 가을이 깊어갈수록 점점 더 몸집을 키운다. 어른들이 말하길 감은 잎이 떨어진 다음 한 번 더 자란다고 한다.

어릴 때는 형제 모두 매일 새벽에 일어나 커다란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밤나무 산에 가서 밤새 떨어진 밤을 주워놓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 다녀온 다음 오후에 다시 한 차례 밤나무 산에 갔다. 그런 가을에 참 애처럽게도 우는 게 늦털매미다. 매미의 크키도 작다. 새끼손까락 끝마디만 하다. 그런 매미가 마을 가까이보다 활엽수 숲에 많이 산다. 특히나 밤을 주울 때면 밤나무 둥치마다 다닥다닥 붙어서 운다.

매미 중에서도 보기에도 귀족처럼 보이는 말매미나 유지매미는 잡기가 힘들어도 밤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늦털매미는 사람이 다가가도 잘 날아가지 않는다. 아침 매미는 풀숲에서 막 나온 듯 날개에까지 이슬이 묻어 있다.

아이들도 가을에 우는 늦털매미는 잘 잡지 않는다. 매미를 잡는 것도 살금살금 다가가는 재미와 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의 몸체를 덮으려고 손바닥을 오므리는 사이 벌써 눈치채고 달아나는 아슬아슬함이 있어야 하는데 털매미는 그런 맛이 없다.

특히나 이슬 촉촉한 이른 아침에는 일부러 건드려도 그냥 그 자리에 붙어 있어 아이들 마음에도 오히려 측은한 생각이 든다.

지난여름은 참 무더웠다. 아직 더위가 다 간 것은 아니지만 계절을 이길 더위는 없다. 매미소리와 함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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