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희 칼럼] 나쁜 면접교섭을 피하는 방법

입력 2023-09-02 10:00수정 2023-09-0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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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중심의 면접교섭이어야 한다

임수희 수원지방·가정법원 안산지원 부장판사 칼럼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정남씨 이야기

“도대체 애를 어떻게 보는 거야? 한 달에 겨우 두 번 보는데, 한 끼는 치킨에 한 끼는 피자, 아니 애 엄마가 밥해 먹일 줄도 몰라? 게다가 꼬질꼬질하게 애 꼬락서니가 이게 뭐야? 씻기지도 않고 재우면 어떡해? 팬티 매일 자기 전에 갈아입히라고 했어, 안했어? 양치질도 안 시켰지? 넌 엄마도 아니야. 애 만날 자격도 없어.”

주말에 엄마를 만나, 하룻밤 자고 온 지우를 보자마자 정남씨는 지우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펴보았습니다. 지우에게 엄마랑 뭘 했는지, 뭘 먹었는지도 꼬치꼬치 체크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은숙씨에게 전화를 걸어 비난의 말을 퍼부어버린 정남씨. 한 마디를 더 쏘아붙이고는 전화를 끊어 버립니다.

“앞으로는 애 만날 생각하지 마.”

# 은숙씨 이야기

“웃기지 마. 지난번에 두 번 빼먹은 거나 이행해. 지난달에 할머니네 가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안 한 거랑, 애 감기 걸렸다고 저번 주에 안 보낸 거랑, 두 번 더 할 거야. 그리고 애가 먹고 싶다 잖아. 지우가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치킨 한 마리, 피자 한 판을 혼자 다 먹었어. 너야말로 애를 어떻게 키우는 거야? 그리고 양치질 하루 안한다고 죽냐? 지우가 밤늦게까지 얼마나 신나게 놀았던지 씻을 겨를도 없이 쓰러져 자 버리더라. 지겹다, 잔소리 좀 그만 해.”

가만히 있을 은숙씨가 아니었어요. 곧바로 정남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 부은 은숙씨. 역시 한 마디를 더 붙이고는 전화를 끊어 버립니다.

“면접교섭 거부했단 봐. 바로 소송할거야.”

# 지우 이야기

자, 막상 지우는 어떨까요. 아빠 말이 맞다고 생각할까요, 엄마 말이 맞다고 생각할까요. 아빠 편을 들어줄까요, 엄마 편을 들어줄까요.

아닙니다. 지우는 아빠 편도 엄마 편도 아닐뿐더러 엄마와 아빠 중 누구 말이 맞는지는 지우에게 하등 중요하지 않습니다.

과연 지우의 마음은 어떨까요.

“아빠요? 네, 좋아요. 아빠랑 있으면 편해요. 잘 챙겨줘요. 엄마요? 네, 엄마도 좋아요. 맛있는 거 잘 사줘요. 재밌고요. 더 자주요? 그럼 좋죠, 엄마랑 더 자주 만나면 좋을 거 같아요. 어떤 날은 엄마가 보고 싶으니까요, 집에 아빠가 있어도요. 그런데요, 그러면 아빠가 걱정을 많이 하실 거예요. 아빠는 내가 엄마랑 있으면 걱정을 많이 하기 때문에 엄마한테 더 자주 가는 건 안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엄마 아빠가 나 때문에 많이 싸우세요. 나 때문에 힘드시니까 힘든 일을 안 만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엄마 보고 싶은 거요? 참을 수 있어요.”

자, 지우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면접교섭은 자녀의 권리인 것은 물론 비동거 부모의 권리이기도 하므로 꼭 해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방법으로 제대로 잘 하지 않으면 도리어 자녀를 힘들게 하거나 심한 경우 해로운 영향을 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해로운 면접교섭을 하느니 안 하는 게 낫겠다고요? 아닙니다. 해롭더라도 하는 게 낫다는 말이 아니라, 부모님 여러분들은 절대로 자녀에게 해롭지 않게 면접교섭을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면접교섭은 꼭 해야 하고 해롭지 않은 면접교섭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면접교섭이 해로운 면접교섭이고 어떻게 하면 나쁜 면접교섭을 피할 수 있을까요.

첫째, 정남씨처럼 면접교섭을 보내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지시하고 또 그에 따랐는지 체크하는 식의 “통제형” 내지 자기의 양육스타일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독재형”은 그 양육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 자체가 옳지 않습니다. 그런 태도는 상대부모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고 아이의 자율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거든요. 실제로 사람은 절대 타인의 생각대로 쉽게 통제되지도 않고요. 싸움만 유발될 뿐이며 부모의 싸움에 노출되는 자녀에게 괴로움만 줄 뿐이지요.

상대부모의 양육방식이 맘에 들지 않고 틀렸다고 생각이 들어도 일단은 존중하는 태도로 대해야 합니다.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부부 간에도 자녀 양육에 대해서는 서로 가치관이 달라서 싸우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이혼한 남남 사이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이혼한 상대부모가 양육에 대해 나와 다른 생각인 것을 일단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려고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힘들다구요? 네, 쉽지 않아요. 어렵지만 일단 “그럴 수 있지” 또는 “이유(사정)가 있겠지”라고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존중의 마음을 먹어 봅시다. 그러면 아래에 언급하는 상대부모의 존중의 태도가 기적적으로 따라 오게 될 ‘관계 사이의 공간’이 오히려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둘째, 은숙씨의 경우는 지우를 늘 보살피고 함께 생활해야 하는 정남씨의 노고를 인정하고 정남씨의 양육관을 존중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아이와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아이를 책임지고 키우려면 일관된 훈육이나 규칙, 기준 같은 것이 중요하잖아요. 그러니 비동거친이 면접교섭을 위해 아이를 데려갔을 때도 가급적 평소 동거친이 아이에 대해 양육 내지 훈육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최대한 따라주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이지요.

하룻밤 속옷을 안 갈아입거나 양치를 안 한다고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 양육친이 아이에 대해 유지하고 있는 일상적 규칙들을 존중하고 지켜준다면, 아이는 비록 부모가 이혼을 했음에도 자신을 위해 상대를 존중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을 보고 부모의 사랑을 더 느끼고 부모의 인격을 더 존경하게 되지 않을까요.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그리고 셋째, 은숙씨가 보인 “두 번 불이행했으니까 두 번 채워야 해”라는 태도는 마치 재산상 채권자처럼 구는 것인데요. 물론 은숙씨가 면접교섭권자로서 권리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이 권리는 근본적으로는 자녀의 복리(福利)를 위해 자녀와 부모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지요. 아이의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 of child)을 최우선적 기준에 두고 면접교섭이 이루어져야 할 것을 고려한다면, 은숙씨가 채권자처럼만 굴 것이 아니라 은숙씨도 지우와의 관계에서는 의무자라는 것을 기억하고 양육친인 정남씨와 잘 협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아픈데 면접교섭을 강행하라고만 다그치는 것은 안 될 것이고, 그와 같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못 했다면 추후에 아이의 상황과 형편을 보아가며 아이에게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다시 협의를 해야지, 민사상 채권자처럼 횟수를 채우라는 식으로 하면 안 될 것입니다.

넷째, 정남씨도 일방적으로 중단하거나 건너뛰는 것은 잘못이겠고 사정이 생기면 은숙씨와 협의를 잘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양육친이 자녀를 핑계로 면접교섭을 중단하거나 건너뛰거나 시간, 장소, 방법 등은 일방적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안 되고 비양육친을 존중하면서 사전에 상의하고 협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물론 비동거친 중에도 일방적으로 면접교섭을 거르거나 미루는 경우, 또는 갑자기 연락하거나 찾아가는 경우 등은 자녀와 양육친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이니 지양해야 합니다. 아이는 자신이 중요하게 취급당하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다섯째, 정남씨처럼 면접교섭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꼬치꼬치 조사하는 것, 또는 비동거친의 경우에도 아이를 데리고 사는 부모에 대해서 염탐하는 태도로 이것저것 캐묻는 것은 모두 아이에게 큰 부담을 주는 행동이니 지양해야 합니다.

결국 나쁜 면접교섭인지 여부는 아이를 중심으로 놓고 생각해 보면 알 수 있고 어떻게 피해야 할는지도 아이를 중심에 두고 방법을 고민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면접교섭은 아이를 위해 하는 것이라는 것, 이것을 늘,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 외에도 면접교섭과 관련해서 부모가 하면 안 되는 일들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대법원 “부모 홈페이지”에 게시된 “면접교섭 가이드북”이 유익하니 꼭 보실 것을 권합니다(다운받을 수 있는 링크 : https://parents.scourt.go.kr/pdf/Guide_of_interview_talks.pdf).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상 말씀드린 내용을 가지고 여러분 중에 혹시 상대부모에게, “거 봐. 내가 그러면 안 된댔지?”라고 싸움꺼리로 쓰거나, 혹은 법원에 내는 서면에 “판사님, 피신청인은 이러이러한 하지 말아야 할 잘못을 하고 있으니 면접교섭을 제한해 주십시오.”라고 상대부모를 공격할 빌미로 사용하는 분이 계실까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부모가 싸우지 않는 것임을 꼭 기억해 주세요.

어떤 경우에도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적인 기준에 두고 현명하게 자녀 양육을 하려고 애쓰시면서, 자녀를 위해 이혼상대부모와의 양육협력관계 구축과 원만하고 평온한 면접교섭을 하려고 노력하시는 부모님들께 경의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임수희 부장판사는…
현재 수원지방·가정법원 안산지원에 재직 중이며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 면접교섭의 중요성 및 바람직한 방법을 안내하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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