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간호ㆍ간병보험' 시장…보험금 청구 3배 뛰었다

입력 2023-09-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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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액 높아지자 얌체족까지 가세…과열된 시장 금융당국의 발빠른 조치 시급

#. 50대 남성 A씨는 간호·간병보험 가입한 당일, 숨이 찬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아 5일을 입원했다. A씨가 이를 이유로 받아간 보험금은 약 50여만 원. 20대 여성 B씨는 간호·간병보험 가입 3일 후 두통으로 하루 입원해 보험금 약 20여만 원을 타갔다.

‘간호·간병보험’ 시장이 과열되면서 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 비대해지고 의도적으로 간병비 보험금을 타가는 얌체족까지 가세하면서 한 달 만에 보험금 청구가 3배나 뛰었다. 도 넘은 영업 경쟁이 촉발한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금융당국의 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간호·간병보험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간호·간병보험에서 통합서비스 사용 일당은 7월 중순 이후 한도가 경쟁적으로 높아지고 마케팅이 과열되는 조짐이 보였다. 기존에는 한도가 1만~2만 원 수준으로 간호인 일당 담보 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로 판매됐다. 하지만 7월 중순 이후부터 한도 10만~26만 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단독 담보로도 판매되고 있다.

보장 금액이 높아지면서 시장도 비대해졌다. A손보사의 경우 간호·간병보험 사용 일당 한도가 1만~2만 원 수준이었던 5~6월보다 7~8월의 계약 건수 대비 보상접수가 약 3배나 증가했을 정도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모 손보사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간호·간병보험 연계로 들어온 계약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지난달에는 손보사 전체 장기인보험 시장이 전월 대비 60억 원 증가했는데 간호·간병보험이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달 들어 영업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손보사는 보장 금액을 늘리거나 간호간병 180일 보장에 60일 보장을 신설하는 등 마지막 절판마케팅에 한창이다. 이달부터 판매가 제한된 단기납 종신, 무해지보험을 대체해 주력 상품 역할을 하는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효도보험 콘셉트로 마케팅을 하는 곳도 나왔다. 이렇게 되면 불완전판매 및 도덕적 해이 우려와 함께 보험사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손보사들은 차라리 금융당국이 나서줬으면 하는 분위기다. 당국 차원에서 보장금액을 합리적으로 낮추게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손보사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간호·간병 보험 시장이 진정됐으면 한다”며 “불가피하게 경쟁에 참전하고 있지만 두 달 동안 충분히 과열됐고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졌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도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까지 주요 손보사에 간호·간병보험 보장 한도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등 과잉 보장이나 과다 이용 유도 정황이 없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쟁이 쉽게 잡히지 않자 이번 주 임원소집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담보별 보장 한도를 정하는 건 불가한 상황이라 선뜻 나설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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