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현대자동차가 쌍방의 관계사를 비싸게 사고팔았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두 회사로부터 인수와 관련한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두 회사의 수상한 거래에 대가성을 의심하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KT 일감 몰아주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최근 KT와 현대차로부터 사업체 인수를 위한 보고서 등 내부 검토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 자료는 두 회사가 임의제출 형식으로 낸 것이다.
이 자료는 현대차가 에어플러그를, KT가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를 각각 매입하기에 앞서 인수가 적절한지, 인수 가격이 적정했는지 등을 검토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현대차와 KT는 앞서 서로의 관계사를 인수했는데, 정상적인 금액보다 비싸게 사줬다는 점에서 ‘대가성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KT의 자회사 KT클라우드는 지난해 9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동서 박모 씨가 설립한 차량용 클라우드 업체인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현 오픈클라우드랩) 지분 100%를 206억8000만 원에 인수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구현모 전 KT 대표의 쌍둥이 형인 구준모 대표가 설립한 자동차용 소프트웨어업체 에어플러그를 281억 원에 사들인 바 있다.
검찰은 KT와 현대차의 상호 투자 배경과 경위를 의심하고 있다.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두 회사로부터 인수 관련 자료를 제출 받은 것이다.
검찰이 자료를 확보하고 살펴본 결과, 현대차는 에어플러그 매입에 앞서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수차례 회계법인 검토 등을 거치는 방식으로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적정한 가격 산정을 위해 여러 논의를 거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반면 KT는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내부 검토를 거치기는 했지만, 법적 검토 절차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매입 적정가에 대한 분석도 부실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당시 수익을 크게 내지 못하던 에어플러그를 현대차가 값을 부풀려 인수하고, KT 역시 계열사를 동원해 보은성 투자를 했다며 구 전 대표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당시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며 윤경림 전 KT 사장도 고발장에 넣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달 28일 해당 의혹과 관련해 KT본사와 KT클라우드, 오픈클라우드랩 및 관련자 주거지 등 7~8곳을 압수수색했다. 윤 전 사장의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구체적인 수사 단서도 확인돼 증거 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의사 결정 과정과 경위 등을 수사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