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군산 초등교사, 갑질 피해 정황…“교장 개인 민원도 처리” 증언

입력 2023-09-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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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전북 군산시 은파례장례문화원에 마련된 군산 초등학교 교사의 빈소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에서 투신해 숨진 초등학교 교사가 평소 학교장과의 업무 처리 방식과 사적 민원 등에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 교사는 스마트칠판 등 에듀테크 업무와 돌봄 업무를 전담하면서 학교장인 B씨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A 교사는 평소 예산과 관련된 업무를 배정받아 교장과 소통을 자주 해야 했고, 교장의 꼼꼼한 업무처리방식에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는 설명이다.

6학년 담임을 맡았던 A 교사는 담임 업무 외에 방과 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 체험학습 등 상당히 많은 업무를 전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말에도 업무 포털에 접속해 일을 해야 했을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 교사의 동료 교사는 “A 교사가 결재 서류를 올릴 때 ‘교장이 어떻게 해도 반려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면서 “교장의 개인적인 민원도 처리해 왔다”고 밝혔다.

실제 A 교사는 같은 학교 동료 교사와 함께 B 교장의 관사에 놓을 가구를 나르는 데 동원되는 등 개인적인 민원까지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A 교사는 동료 교사에게 ‘(특정 일을) 갑자기 할 수 있는 거 인정할 수 있어. 그러면 남이 하는 것도 인정을 해줘야지. 왜 내(교장)가 하는 것만 되고 네(A 교사)가 하는 건 안 돼’, ‘올해 12월까지 예산안 쓰려는데 못 쓸 거 같아. 다 싫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어 보려고’ 등 교장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A 교사와 같이 근무한 교사들도 A 교사와 교장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A 교사의 임용 동기들과 학교 관리자분들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A 교사는 숨지기 며칠 전에도 “머리가 아프다”며 여러 차례 조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A 교사의 동료 교사는 “유족에게 듣기론 A 교사가 숨지기 며칠 전 두 차례 머리가 아파 조퇴했다고 한다”며 “관련 업무를 하면서 A 교사가 개인 카드를 쓰기도 하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B 교장은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에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도교육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교장의 짐을 관사로 나르게 된 과정에 교장의 지시나 권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교장이 허리가 불편해 동료 교사와 A 교사가 자발적으로 도움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현재 유족이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도교육청이 나서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거나 유족이 입장을 밝히면 놓친 게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A 교사는 1일 오전 동백대교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경은 동백대교 위에 비상등을 켠 채 주차된 A 교사의 승용차 안에서 메모 형태의 유서를 수거했다.

해경은 조만간 학교장을 불러 평소 A 교사와의 관계, 업무 강도 등을 물을 방침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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