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사우디·‘우크라 전쟁’ 러시아, 고유가 유지 필요
인플레 압력 다시 커질 수도
중국 경기둔화에 유가 상승세 제한적 가능성도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04달러(1.2%) 오른 배럴당 90.0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이 90달러를 돌파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1.14달러(1.3%) 상승한 배럴당 86.69달러로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12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앞으로 매달 감산 연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사우디와 함께 주요 산유국 협의체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를 이끄는 러시아도 이날 하루 30만 배럴에 달하는 석유 수출 규모 축소를 연말까지 유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CNN은 재정균형을 맞추려면 브렌트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81달러 이상이어야 하는 사우디나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대기 위해 재정 수입을 늘려야 하는 러시아로서는 높은 유가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OPEC+의 감산을 통한 석유 가격 유지 정책에 보조를 맞춰왔으나, 중국의 수요 약화와 각국의 긴축 정책 영향으로 그간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유가 급등으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 흑자를 기록했던 사우디는 올해 다시 재정적자에 빠지게 됐다.
CNN은 유가 오름세가 이어진다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물가 통제 정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는 6월 이후 20% 넘게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지표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라는 점에서 통화정책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유가가 상승하면 물류비용이 증가해 물가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어서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SPI자산운용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징 파트너는 “최근 유가 상승 궤적은 8월 소비자물가 상승 가능성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미국과 각국 중앙은행의 노력에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이번 감산 결정에도 유가 상승세 자체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유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둔화로 원유 수요가 부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유가가 계속 오르면 중국이 국제시장에서 원유를 사는 대신 자체적으로 원유를 생산해 가격 방어에 나설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