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예금의 20% 수준
고금리·상업용 부동산 수요 감소로 역풍
도쿄 도심 사무실 공실률 10년래 최고
위워크 “전 세계 빌딩 소유주들과 임대료 재협상”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액은 2조2000억 달러(약 293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이후 7년 새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비(非)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나 상업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각종 채권 인수액을 포함하면 은행들의 실제 상업용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는 더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WSJ이 자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간접 대출을 포함한 미 은행권의 전체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 3조6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은행권 예금 규모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중소·지역은행의 익스포저가 압도적으로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은행들이 당국 규제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줄였지만,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서 중소·지역은행들은 수익률을 위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영향이다. WSJ에 따르면 2500억 달러 미만인 중소·지역 은행들이 올해 2분기 기준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4분의 3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업체 그린스트리트는 이러한 은행권의 대출 증가가 2015~2022년 사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을 43%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기점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들이 대출 연장보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공실이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로 대출 연장을 하느니 담보를 설정한 상업용 부동산을 은행에 넘기는 게 차라리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현재는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지만, 거래량이 늘면서 신저가를 경신하는 거래가 속출할 경우 은행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미국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췄으며, 11개 은행에 대해서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뒤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5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모두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저하와 재무 악화를 이유로 꼽았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일본도 신축 대형 빌딩이 늘어나는 가운데 재택근무와 외국기업의 사업 재검토 등으로 도쿄 도심 사무실 건물 공실률이 7월 기준 6.46%를 기록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도쿄 도심 사무실 공실률은 공급과잉 기준선인 5%를 30개월째 웃돌고 있다. 오사카가 4.6%, 나고야는 5.5%로 다른 일본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도 높다. 사무실 수요가 감소하면서 임대료가 3년 전 대비 30% 하락한 지역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공유 오피스업체 위워크는 재택근무 정착 등 근무형태 변화와 고금리 영향 등으로 사무실 수요가 크게 꺾이자 현재 전 세계에서 임대 중인 700개 빌딩 소유주들과 임대료 인하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