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영화계에 따르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가 공동 배급하는 ‘1947 보스톤’은 27일 개봉한다.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04)를 연출한 전통의 강호 강제규 감독이 ‘장수상회’(2015)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1947 보스톤’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거머쥔 손기정(하정우)이 감독 자격으로 새 선수 서윤복(임시완)을 훈련시키며 1947년 보스톤 올림픽을 준비하는 여정을 다룬다.
같은 날 바른손이앤에이가 배급하는 ‘거미집’도 관객을 만난다. ‘장화, 홍련’(200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 등을 연출한 스타일 장인 김지운 감독의 신작으로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송강호와 재회했다.
‘거미집’은 이미 작업을 마친 영화를 추가 촬영하고 싶은 1970년대 영화감독(송강호)이 당국의 영화 검열, 재촬영을 반대하는 제작사 대표(장영남), 스케줄이 꼬여 불만스러운 베테랑 배우(임수정)과 톱스타(오정세) 사이에서 경험하는 일화를 다룬 내용으로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됐다.
CJ ENM이 배급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도 같은 날 결전에 나선다. 류승완 감독 작품과 ‘사바하’, ‘엑시트’, ‘시동’등을 제작하며 국내 영화제작사 중 가장 강력한 역량을 자랑해온 외유내강의 신작이다.
영화는 귀신을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강동원)에게 귀신을 보는 의뢰인(이솜)이 찾아와 거액의 수임료가걸린 사건을 제안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1947 보스톤’,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같은 날인 27일 개봉하는 건 추석 연휴(9월 28일~3일) 동안 최대 매출을 올리려는 정공법이다.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6일간의 긴 연휴가 형성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팬데믹 이후 줄어든 극장 관객 규모를 고려하면 과도하게 밀집한 배급 일정은 자칫 모두에게 손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여름 성수기로 손꼽히던 8월 2일 ‘더 문’과 ‘비공식 작전’이 같은 날 개봉하면서 첫 주말 이틀 동안 각각 13만 명, 34만 명에 그치는 등 흥행 쓴맛을 봤다.
9일 ‘1947 보스톤’ 배급사인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경쟁이 몰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이런 사이즈의 작품을 담을 시장으로서는 (여전히) 임시공휴일이 낀 추석 연휴가 적합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한 ‘1947 보스톤’의 총제작비는 210억 원 수준으로 손익분기점은 약 450만 명이다. 올여름 최고 흥행작 ‘밀수’가 500만 명을 갓 넘겼고 뒤이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360만 명을 모은 걸 고려하면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다. 이에 최대 매출을 끌어낼 수 있는 27일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거미집’과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의 경우 마케팅비용을 제외한 순제작비가 100억 원대 전후로 알려져 있다. '1947 보스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지만, 손익 분기점이 200만 명 전후로 형성되는 만큼 역시 관객몰이가 중요한 상황이다.
이날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배급사인 CJ ENM 관계자는 “배급팀이 개봉일 고민을 많이 했지만 시장 사이즈로 봤을 때 27일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코미디, 오컬트, 액션 등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있어 추석 때 가족이 편하게 보기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