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확대되면서 인재 확보 위해 경쟁
삼성, SK 등 경영진ㆍ실무진 직접 나서
최근 반도체 산업이 미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요 국가에서는 국가 안보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시장 규모에 기업 간의 인재 확보 위한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인력 확보를 위해 채용 대상을 전방위로 넓히고, 채용 규모도 확대하고 있다.
대만 TSMC는 그동안 대학 전공자, 석사 출신까지 조건을 걸었지만 최근 올라오는 공고에는 학과를 불문하고 고등학교 이상 졸업자도 가능하다고 조건을 확대했다. 특히 경력자만 우대했던 것과 달리 무경험자도 가능하도록 범위를 넓혔다. 대학 전공자 대상으로는 입사 즉시 1인당 10만 대만달러(약 414만 원) 정도의 입사 장려금도 지급하는 보상도 제시했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최근 대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박람회에서 "첨단 반도체 패키징 수요가 연간 3배 수준으로 급증하며 고객사 주문에 모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공장의 가동 시점을 1년가량 늦추기로 했다며 연기 배경에 대해 '인력 부족'을 이유로 꼽기도 했다.
TSMC는 인력 확보를 위해 학력 조건 확대뿐 아니라 국적 조건도 없앴다. 현재 300여 개 분야 대상으로 국가별 상시 채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추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인재 선점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경영진과 실무진이 직접 발로 뛰며 인재 발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해 미국 텍사스 A&M대의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100만 달러(약 13억2000만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텍사스 A&M대는 최근 이런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학부생 장학금, 대학원생의 연구 프로그램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미국 내 반도체 인재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테일러에 새 공장을 가동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대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인력 양성 등을 위해 총 37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도 인재 발굴에 힘쓰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달 KAIST, 성균관대, 서울대, 연세대, 포항공대 등 국내 주요 공과대학 5곳에서 '테크&커리어(T&C) 포럼'을 열었다. T&C 포럼은 삼성전자 DS 부문이 반도체 인재 발굴과 양성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글로벌 채용 설명회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사장)은 서울대학교 강연에서 "사람을 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여러분이 삼성 반도체에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고려대학교 반도체학과 학생들이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을 익히고 국제적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UC 데이비스로 유학을 보내기로 했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SK하이닉스가 고려대와 손잡고 2021년 신설한 반도체 계약학과다.
해외로 파견되는 학생들에게는 등록금 및 체류비 전액이 지원된다. 학생들은 엔지니어링, 컴퓨터 시스템 관련 전공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 일자리는 점차 늘어날 것이지만 여기에 채워질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재 선점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