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 놓고 "이권·부패 카르텔 가능성" 지적도…19일 현장 의견 청취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우주항공청' 출범을 놓고 여전히 이견을 드러냈다.
여야는 25일 본회의에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우주항공청법)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로 합의한 상태지만 13일 안건조정위원회에서는 조직의 소속과 위상 등에 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안건조정위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정부가 발의한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과 의원들이 발의한 관련 법안을 심사하고, 전문가 공청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학과 교수를, 더불어민주당은 유창경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각각 전문가로 초청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 쟁점이 된 법안을 최장 90일 동안 심의해 위원 6명 중 4명이 찬성하면 통과시키는 상임위 산하 기구다. 안건조정위원장은 과방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맡았다. 여야는 앞서 5일 안건조정위를 구성하고 이날 공청회와 19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공연)·한국천문연구원(전문연) 등 현장 연구원들의 의견 청취를 거쳐 25일 법안 논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날 안건조정위에서는 우주항공청의 소속과 위상 등을 두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렸다. 안건조정위원장인 조승래 의원은 "대통령으로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격상시키면 부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하고, 우주항공청장이 간사를 맡는 구조"라며 "국가우주위원회라는 거버넌스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구조가 과연 적합한 것인지, 우주항공청장이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우주항공청이 아닌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에 '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우주개발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반면, 우주항공청 소재지로 꼽히는 경남 사천을 지역구로 둔 하영제 무소속 의원은 "우리는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존재가 있고, 간사 역할을 우주항공청장이 한다"며 "최종적인 조정 역할은 국정 모든 분야를 총괄적으로 조정하는 대통령이 국가우주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서 각 부처를 총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형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도 "우주항공청장이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독립적으로 우주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정책 전략 수립에서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총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공청회에 전문가로 참여한 유창경 교수는 "국가우주위원회는 심의, 의결을 주로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위원회가 상시로 동작하는 게 아니라 위원회가 열려서 (안건이) 결정이 되는 것 같다"며 "굉장히 중요한 정책조정 기능이 있지만 결국 안건으로 올라가 이야기되는 부분들은 결국 우주항공청에서 올라가는 부분이고, 그렇다면 범부처 통합 등에 대해 우주항공청이 사전 조율 등이 잘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황호원 교수는 "우주 담당 기구를 필요로 한다는 원칙으로 봤을 때 (정책을) 총괄하고 일관성 있고 체계 있게 집행·추진한다고 하면 중앙행정기관의 모습이 좋을 것 같고, 다른 어떤 형태보다 '청'의 형태가 타당할 것 같다"며 "우주전략본부는 자문위원회 성격의 위원회를 지원하는 사무국 형태밖에 될 수 없어서 제한적인 정책 기능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독립해서 (정책을) 주관적으로 이끌어가는 부분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주항공청의 입지에 관한 언급도 나왔다. 우주항공청의 입지는 윤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현재 경남 사천에 설치되는 안이 유력하지만, 입지와 관련한 내용이 특별법에 담기지 않아 아직 공식으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하 의원은 "대전의 우수한 연구기관에서 연구과 인력을 양성하고, 전남 발사체 특화지구와 경남의 위성특화지구 등 삼각대가 잘 형성돼있는데 가장 아쉬운 부분은 경남 (사천)이 빠져 있는 것"이라며 "지금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들어서기로 한 것은 대통령 공약 사항인데 정치적 도의로 볼 때도 여야를 떠나 옛날부터 정부에서 공약한 것은 다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임용 특례에 관한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안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채용 권한은 우주항공청장이 일임하고, 최고 전문가 영입을 위해 주식백지신탁 예외·외국인 임용 가능 등 파격적 혜택도 줬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전형적인 부패 카르텔, 이권 카르텔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각종 특례가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에도 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성경 과기부 1차관은 "우주항공 분야의 핵심이 인재고, 인재를 모셔오는 데 있어서 공무원 조직의 제한이 인재를 스카웃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어 특례 조항을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제출한 '우주항공청법'에는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법을 시행하도록 명시돼있어 법을 그대로 통과시키면 연내 개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부칙을 개정해 시행 시기를 3개월로 단축하고 이달 내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12월 개청도 가능할 수 있다. 조 차관은 "법안 발의를 3개월 정도로 당길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주시면 그 법안을 받아 빨리 설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판 나사(NASA)'를 표방하고 있는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분야 정책·연구개발·산업육성 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다만,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해선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 앞서 정부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우주항공청법'에는 우수 전문가 채용을 위한 파격적 보수체계, 연구개발·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직 유연화 특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