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중소은행, 보유 비중 10% 이상
은행 마진 압박 커지고 유동성 리스크 있어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기준 미국 은행들의 ‘중개예금(Brokered Deposit)’이 1조2100억 달러(약 1608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6% 급증한 수치다.
중개예금은 예금중개업체 등 제삼자를 통해 모집한 예금을 말한다. 소매영업망을 통해 고객별로 예금을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제삼자를 통해 한꺼번에 예금을 확보하기 때문에 은행들 사이에선 손쉽고 빠르게 거액의 예금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대규모 영업망을 갖춘 대형은행보다는 지역·중소은행들이 중개예금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중개예금을 ‘양날의 검’이라고 부른다. 중개예금이 손쉽게 대차대조표를 강화하는 방법일 수 있지만, 일반 예금보다 금리가 높게 책정돼 있는 데다 중개업체 수수료까지 붙어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개예금 비중이 높아질수록 마진 압박은 커지게 된다.
또한, 돈을 맡긴 고객이 ‘충성 고객’이 아닌 만큼 대규모 자금이 쉽게 들어왔다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일종의 ‘핫머니’ 성격도 있어 유동성 리스크도 있다.
문제는 지역·중소은행 사이에서 최근 들어 중개예금 보유 비중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사를 둔 지방은행 웨스턴얼라이언스는 1년 새 중개예금 유입액이 늘면서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이외에도 어소시에이티드뱅코프와 밸리내셔널뱅코프, 시온뱅코프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WSJ는 “당국이 경계할만한 수준”이라며 “FDIC가 중개예금 비중이 높은 은행에 더 높은 예금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도 최근 미국 지역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을 때 중개예금 문제를 지적했었다. 피치도 지난달 은행 신용평가 보고서에서 중개예금을 두고 ‘저등급’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마틴 그룬버그 FDIC 의장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개예금은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집중이 일어난다면 감독 당국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