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네이버 등 포털 중심으로 가짜뉴스 규제 입법 추진
국민의힘과 정부가 최근 불거진 뉴스타파의 '대선 전 가짜뉴스 의혹'을 계기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처벌 강화 등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가짜뉴스 규제 관련 입법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에 부딪혀 무산된 만큼 당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입법을 추진할지가 주목된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해외의 서버를 이용해 여론을 왜곡하거나 허위의 정보를 유통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이용자의 정보통신서비스 이용 및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국가명)이 표시되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일일 평균 이용자의 수, 매출액, 사업의 종류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이용자가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게시판 등에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이용자의 정보통신서비스 이용 및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가명이 표시되도록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김만배-신학림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을 계기로 가짜뉴스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11일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전문적 공작꾼과 일부 불공정한 언론, 정치인까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선거 공작은 앞으로 AI(인공지능), 챗GPT 등 IT 기술까지 동원해 더욱 교묘하고 기술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막기 위해 이번 사안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후속 입법 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짜뉴스 처벌 강화' 입법 계획에 대해선 "진상이 어느 정도 밝혀지면 선거 때만 되면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고 그것으로 선거 승패를 바꾸려는 시도 자체를 못 하게 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6일 '가짜뉴스 근절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가짜뉴스에 대한 긴급 대응체계를 시급히 마련하기 위해 입법 조치 등을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고의, 중대한 과실 등에 의한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방송 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한 '통합 심의 법제' 등 보완 입법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4일 "특정 매체가 가짜뉴스의 원천 역할을 하고 포털,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시키며 공영방송이 다시 보도하는 조직적인 악순환을 근절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여당은 우선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을 정조준하고, 대대적인 포털 규제 입법에 나섰다. 박성중 의원은 6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임직원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승수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외부 위원회(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를 신설해 포털의 기사배열 기준 등에 대해 심의하도록 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윤두현 의원도 포털이 기사 제공 등으로 인한 손익 현황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처럼 여당은 포털에 대해 전방위적인 입법 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가짜뉴스 자체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자칫 언론 검열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담에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도 집권여당이던 문재인 정부 당시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을 수차례 발의했지만,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에 부딪혀 번번이 입법이 무산됐다.
박광온 의원은 지난 2018년 가짜 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안(가짜 정보 유통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법안은 △언론사 정정보도 △언론중재위원회 결정 △법원 판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삭제 요청 등을 기준으로 '가짜 정보'를 규정하고, 온라인 사업자를 상대로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처벌 강화와 관련해서도 문재인 정부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막아 세운 바 있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가짜뉴스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김기현 대표는 법안을 두고 "정권을 향한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현대판 분서갱유"라며 비판했다. 대권 주자였던 윤석열 대통령도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정권 연장을 위해 언론 자유를 후퇴시킨 것"이라며 "이 정권 사람들은 무엇이 무섭기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자 하는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