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발전 밑그림이 공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대통령 직속위원회가 부산에서 개최한 ‘지방시대’ 선포식에 참석해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구현하겠다”면서 “지역의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지원, 정주 여건 개선, 토지 규제 권한의 이양을 과감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4대 특구(기회발전·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 중심의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기업과 사람이 자발적으로 지방에 터전을 잡도록 유도하는 데 주안점을 둔 실천지침이다. 위원회는 자율성을 키우는 과감한 지방분권, 인재를 기르는 담대한 교육개혁, 일자리를 늘리는 창조적 혁신성장, 개성을 살리는 주도적 특화발전, 삶의 질을 높이는 맞춤형 생활복지 등 5대 전략과 9대 정책도 제시했다. ‘지방주도 균형발전, 책임있는 지방분권’ 구현에 필요한 전략과 정책이라고 한다.
지방시대는 정부의 주요 국정 목표다. 인구학적 관점에서 보면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도 무방한 중차대한 목표다. 저출산·고령화로 전국이 불안하지만 특히 지방은 여간 절박한 게 아니다. 지방시대 선포식이 열린 부산광역시조차 안전지대가 아니다. 부산 권역의 15개 구 1개 군 중 7곳이 소멸 위험 지역이다. 소멸 위험 지역이란 65세 이상 고령층이 20~39세 가임 여성 인구수보다 2배 이상 많은 곳을 말한다. 어찌 장래가 밝겠나.
국내 제2의 도시가 이 지경이니 다른 지역은 볼 것도 없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228개 기초지자체(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18곳(51.8%)이 소멸 위험 지역이다. 제동을 걸어야 한다. 지방시대 선포와 청사진 제시로 족할 수는 없는 일이다. 빈틈없는 실행이 중요하다.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청년들이 스스로 지방 거주를 택할 수 있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가 거듭 명심할 것도 있다. 지방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전략적 거점인 수도권을 질식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수도권·지방은 한쪽이 흥하면 한쪽이 망하는 제로섬 게임의 두 축이 아니다. 공동 번영의 지혜를 내야 한다. 과거 지방 발전을 일방적으로 도모한 정책들이 어떤 결과를 거뒀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미래 전망이 밝은 기업과 젊은 인력이 스스로 지방을 찾도록 제도적 기반을 효율적으로 마련하지 않으면 편익보다 비용이 훨씬 크게 마련이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윤 대통령은 어제 “서울과 부산이라는 두 축이 작동돼야 하며, 영남과 호남이 함께 발전함으로써 대한민국 전체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균형감각을 잘 유지해야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국가를 살리고 지방도 살릴 수 있다. 정부는 지방의 지식기반산업 일자리를 2023년 17%에서 2027년 20%로 늘려 지방 청년 인구를 45%에서 5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지방대 졸업생의 권역 내 취업률 52%를 유지하고, 지역혁신을 선도하는 글로컬 대학 30개교를 육성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결연한 실천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