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김학수 귀뚜라미 대표이사는 “올해 이후도 당분간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에 글로벌 시장 확대와 내수 시장 지배력 강화를 목표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7월 취임한 김 대표는 해외사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1994년 대우전자에 입사해 폴란드, 독일, 이탈리아, 미국, 중국 등 30년간 해외 각지에서 근무했다. 대우전자 유럽본부 최고재무책임자(CFO), 경동나비엔 미국 법인장과 중국법인 총경리를 역임하는 등 실력과 경륜을 인정받아 왔다.
귀뚜라미에서는 2021년 1월부터 해외영업본부장을 지내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본부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북미지역 신제품 출시, 러시아 법인 설립, 중국 법인 안정화를 통해 2년 연속 매출 25% 이상 성장을 이끄는 등 실력을 발휘했다.
귀뚜라미의 글로벌 도약을 진두지휘하게 된 김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국가별 시장 판세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이해’를 강조했다. 그는 “정확한 데이터 수집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국가별 영업환경에 대한 맞춤형 리더십을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귀뚜라미는 중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멕시코, 칠레, 우루과이, 브라질 등에 보일러를 수출하며 해외 영토를 확장 중이다.
1992년 한중 수교를 기점으로 진출한 중국에서는 1999년 천진 지역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저탕식 보일러 기술과 안전기술을 기반으로 꾸준히 저변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석탄 연료를 가스연료로 바꾸는 중국 정부의 메이가이치(석탄개조사업) 정책 시행 이후 환경보호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콘덴싱 가스보일러, 저녹스 가스보일러, 캐스케이드 시스템, 가스온수기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하북성, 산서성, 산동성, 섬서성 등의 지역에 영업사무소를 신설하고, 영업 인력을 확충했다. 또 소매 대리점을 추가로 발굴해 영업망을 촘촘하게 구축하고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면서 일반시장 판매량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지 서비스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AS 전담 엔지니어를 계속 충원하고, 이들에 대한 정기적ㆍ지속적인 기술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중국 보일러 시장에 대해 노후화된 가스보일러 교체 수요, 소매시장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귀뚜라미보일러의 친환경 난방 기술력과 차별화된 강점을 중국 내 소비자에게 적극 전파해 시장 지배력을 넓힌다는 복안이다.
2014년 처음으로 진출한 미국 시장은 판매 확대를 위해 북미 파트너사들과 기능, 성능이 대폭 향상된 신제품 출시 및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다각도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시장을 겨냥해선 강도 높은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불안정한 전압과 낮은 가스 압력 등을 고려해 수출 전용 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현지 마케팅과 서비스 품질 개선 작업에 주력한다.
벽걸이형 가스보일러 '월드알파 시리즈'가 핵심 전략 상품이다. 거실 등 실내에 보일러를 두고 사용하는 현지 특성에 맞춰 저소음(39dB)을 실현하고, 욕조사용 문화가 보편화한 현지 문화에 적합하도록 온수공급 능력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러시아 현지의 지역별 수질 차이를 고려해 열교환기 재질을 동과 스테인리스로 이원화했다. 지진감지기와 가스누출탐지기로 구성된 귀뚜라미보일러만의 이중 안전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했다.
김 대표는 “사물인터넷(IoT) 사용 확대 추세에 발맞춰 '월드알파 시리즈' 전 품목에 옵션 사양으로 원격제어 서비스를 적용해 상품성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귀뚜라미는 2018년부터 우즈베키스탄의 TV, 세탁기, 에어컨, 가스레인지 등 다양한 가전제품 사업으로 연 1조 원 이상 매출 기록하고 있는 가전업계 1위 기업인 아르텔과 협력하고 있다. 아르텔의 현지 공장에서 조립 생산하는 보일러 생산설비를 구축해 판매 중이다. 아르텔에서 생산된 제품은 우즈베키스탄뿐 아니라 주변국으로 수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유럽 CE 규격에 부합하는 콘덴싱 기름보일러와 가스보일러를 판매 중이며, 기름보일러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칠레, 우루과이,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에도 기름 및 가스보일러를 수출 중이다. 특히 남미지역 판매 확대를 위해 현지 파트너사들과 다양한 협력 가능성 모색 중이다.
김 대표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현재 해외법인이 개설된 지역은 특색과 정책 변화 등에 발맞춰 영업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예정”이라며 “기존에 주목받지 않았던 중남미 등 새로운 해외시장에서의 다양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해외사업을 지속해서 확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은 사업 아이템 다각화를 통해 지배력을 공고히 할 방침이다. 국내 가정용 보일러 산업이 연간 130만여 대 규모의 시장으로 이미 20년 전부터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탄소 중립과 화석 연료 사용 감축이라는 글로벌 추세에 따라 사업 아이템의 고도화,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보일러를 중심으로 한 기존 난방 제품과 냉방, 공기조화 등 제품군 확대로 성장 동력을 지속 확보할 계획이다. 보일러 제품은 친환경 보일러로 모든 제품군을 구성 중이고, 수소가스를 연료로 하는 차세대 수소 보일러에 관한 연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보일러 수요 감소를 대체하고 고객 접점을 늘려 새로운 주력 제품으로 발돋움 중인 제품을 속속 출시 중이다.
귀뚜라미 3세대 카본매트 온돌은 1세대 전기매트의 전자파, 화재위험과 2세대 온수 매트의 누수, 세균, 물 보충 등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프리미엄 난방 매트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대기환경 오염과 미세먼지가 만성적인 사회적 위기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창문을 열지 않고도 자연 환기를 하는 효과가 있는 ‘귀뚜라미 환기플러스 공기청정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3세대 카본매트 온돌과 환기플러스 공기청정시스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0%, 40% 성장하며 귀뚜라미의 또 다른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일러 회사에서 내놓은 냉방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귀뚜라미 창문형 에어컨’도 올해 냉방성능과 각종 편의 기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재출시했다.
김 대표는 “국내 시장 역시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 품질 고도화와 사업 아이템 다각화를 통해 지속 성장의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계열사와의 시너지는 김 대표와 귀뚜라미의 뒤를 받치고 있다. 귀뚜라미에 따르면 2000년대부터 그룹 계열사로 합류한 귀뚜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 등 냉방 공조 분야 선도기업들의 탄탄한 기술력이 토대가 됐다.
원전용 냉동공조기, 냉방기, 냉동기, 공조기,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 중인 계열사들과 시너지 창출을 통해 제품 품질 혁신과 매출 증대라는 선순환의 고리가 효과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귀뚜라미홀딩스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해마다 최대 매출을 경신해왔다. 지난해에는 연결기준 매출 1조2024억 원으로 '매출 1조 원 클럽'을 달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