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선 칼럼] 동물보호 관련 독일의 법과 정책이 주는 함의

입력 2023-09-16 10:00수정 2023-09-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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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법학‧철학 박사)

▲ 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법학‧철학 박사)
독일은 2002년 연방기본법을 개정하면서 환경보호에 동물보호를 추가했다. 이제 국가는 불필요한 고통과 상해로부터 동물을 보호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민법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동물과 관련된 민법 규정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독일 민법 제90a조를 신설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 동물에 대해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동물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밝히는 동시에 동물은 별도의 법률에 근거해서 보호되도록 했다. 동물이 소유자의 대상으로서 다른 물건과 구분돼야 하며, 생명이 있는 개체로서 인식과 함께 보호의 주체로 인정됨을 의미한다.

둘째, 민법 제903조에는 기존의 제1문 “물건의 소유자는 법률 혹은 제3자의 권리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물건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타인의 어떠한 영향도 배제할 수 있다”라는 내용 외에 제2문을 추가, “동물의 소유자는 소유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동물보호에 관한 특별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셋째, 독일 민법 제251조 제2항에 제2문을 신설해 동물상해의 경우 치료비용배상이 새롭게 도입됐다. 즉 “피해를 입은 동물의 치료비가 동물의 가액을 어느 정도 초과하더라도 이러한 비용은 비례적인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동물과 관련된 손해배상 특별규정의 신설은 무엇보다도 동물이 일반 물건과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시적으로 밝히는 동시에 동물 관련 발생 손해는 특별규정을 통해 해소되어야 함을 도입한 것이라 하겠다.

민사소송법상 압류금지 규정의 신설도 흥미롭다. 민사소송법 제811c조의 신설을 통해 동물의 경우 일반 물건과 달리 압류를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영리목적을 위해 보유하고 있지 아니한 반려동물은 압류의 대상으로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신설된 것이다. 기본법, 민법과 괘를 같이 하면서 절차법에 있어서도 동물보호의식을 강화하고자 하는 독일 입법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최근 동물보호 관련 몇 가지 시행령 변경이 있었다. 동물보호 개 시행령(Tierschutz-Hundeverordnung)은 개(Hunde) 사육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중요한 변경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2022년 시행령은 반려견이 사육장 밖에서 충분한 운동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견은 하루에 두 번 적어도 한 시간의 운동이 필요하다.

둘째, 실내에서 키우는 동물의 경우 외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시행령에서 나열된 방은 주로 영구적으로 거주하지 않는 헛간 또는 기타 건물을 의미한다.

셋째, 상업용 개 사육과 관련해서 앞으로는 한 명의 간병인이 동시에 최대 3마리의 새끼를 돌볼 수 있다.

넷째, 강아지 다루기에 관해 강아지는 하루에 최소 4시간 동안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다섯째, 스파이크 목걸이 및 기타 고통스러운 수단의 사용은 금지된다.

여섯째, 개의 고통 받는 모습을 고려해 고통 받는 번식 특성을 보이는 개는 전시되지 않을 수 있다.

동물 운송 관련 시행령(Tierschutztranportverordnung)의 엄격한 개정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동 규정은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는데, 30도(°C) 이상의 외부 온도에서 도살장으로의 국내 운송은 4시간 30분 이내에 완료되어야 한다. 유럽 운송 규정과는 달리, 그것은 또한 8시간 미만의 국가 운송을 규제할 것이다.

유럽법에 의해 규정된 온도 요건을 위반하는 것은 도살장으로 8시간 이내에 운송되는 경우에도 처벌될 것이며 벌금이 부과된다. 그것은 또한 교통수단의 환기 및 온도 모니터링 요건과 특정 운송불능 동물의 운송에 대한 규정을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게 된다.

2023년 1월부터 송아지 운송을 위한 새로운 규정이 도입된다. 송아지 운송과 관련하여, 최소 연령 14일에서 28일 후에만 허용되는 것으로 개정된다.

수퇘지 무마취 거세금지 시행령(Felkelbetäubungssachkundeverordnung)상 암퇘지의 거세는 실험목적을 제외하고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수퇘지의 경우 응취를 제거할 목적으로 대부분 수컷 비육돈에게 관행적으로 실시돼 왔다. 이러한 수퇘지 거세는 외과수술로 통상 마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실시됐다. 2021년 1일 1일부터 시행되는 ‘수퇘지 마취거세금지 시행령’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동 시행령이 도입됨에 따라 연간 마취 없이 2000만 마리의 수퇘지를 거세해 오던 관행이 공식적으로 금지된다.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각 나라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그 정책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독일‧스위스 등 주요 유럽의 선진국들은 동물을 물건에서 구별하고 있다. 외국법제 비교하여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동물의 법적 지위를 신설하고자 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자연인과 법인으로 구분하고 양자에 대하여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단순 입법체계를 벗어나 동물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조기에 마련해야 할 것이고, 최근 개정된 독일의 시행령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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