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할인 배경엔 저조한 판매 대수
6월 출시 이후 판매 대수 2898대 그쳐
"1억 원 육박 높은 가격이 부진 원인"
기아가 임직원을 대상으로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EV9을 최대 30% 할인 판매를 추진한다. 출시 3개월 만이다. 판매 대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직원 판매를 늘려 홍보 효과를 얻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1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기아는 이날부터 재직 중인 임직원과 기아 서비스센터 오토큐 대표 및 직원을 대상으로 EV9 홍보용 특별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5~6월 생산된 EV9 에어와 어스 트림이 대상으로 선착순 한정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기아 임직원 기준 기본 20% 할인에 일시불 결제 시 3%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 전시차 조건과 전기차 지자체 보조금 등의 혜택까지 합치면 최대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서울시에 사는 기아 임직원이 최대 할인을 적용받으면 7337만 원인 에어 트림을 4000만 원대에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EV9 특별판매가 예외적인 이유는 이전에 구매한 차량의 의무 보유 조건을 없앴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직원의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30%(근속연수 26년 이상)의 할인을 제공해왔다. 단 최소 2년간은 판매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EV9 신규 구매 시에는 이전에 구매한 차량이 2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즉시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재구매 연한 조건도 붙지 않는다. 직원 할인은 2년마다 가능한데 이번 EV9 구매 시점이 아닌 이전에 구매한 차량 기준 2년이 경과한 시점에 재구매가 가능하다.
기아 관계자는 “입사 후 최초 구매 20% 할인에 전시차, 일시불 혜택 등을 붙이면 최대 30%까지 할인받는 경우는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이전 구매 차량에 대한 2년 의무 보유 기한도 없앤 건 파격적인 조건”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이번 특별판매 시행 배경에 대해 ‘임직원 대상 직접 경험 확대를 통한 대(對)고객 상품 우수성 홍보’라고 설명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EV9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고객에게 홍보하는 효과도 얻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EV9의 저조한 판매 대수가 특별판매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EV9은 6월 19일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2898대 판매됐다. 사전 계약 당시 1만367대가 접수되며 기아의 역대 플래그십 모델 사전 계약 성적을 경신했었다.
업계는 최근 전기차 시장 전체가 횡보국면에 접어들면서 예상보다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EV9의 판매 부진 이유로는 높은 가격이 꼽힌다. EV9 트림별 가격은 7337~8169만 원으로 책정됐다. 최상위 트림인 GT-라인 기준 풀옵션을 적용하면 1억 원에 육박한다. 국고 보조금 기준인 차량 가격 5700만 원을 넘어 보조금은 절반만 지원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기아 EV9은 옵션을 더하면 거의 1억 원에 가까워 현재로선 가격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 경쟁에 들어가면서 소비자들이 관망세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