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김앤장 인턴 활동 ‘아빠 찬스’ 의혹엔 “저와 관련 없다”
성범죄 감형엔 “부끄럼없지만 국민 눈높이 안맞는 부분 있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19일 비상장주식 재산신고 누락, 자녀 해외계좌 미신고 의혹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과거 성범죄 피고인에 대한 감형 판결을 두고는 “당시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론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비상장주식 재산신고 누락과 관련해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사실대로 말씀드린 건데 아무튼 죄송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선출직은 재산신고를 누락하면 당선무효형이고 고위 공직자들은 중징계를 받는다. 후보자 자리는 그보다 더 큰 자리”라며 “무려 10억 원이나 되는 재산을 누락하는 행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가액이 10억 원이라는 것을 청문회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박 의원이 재차 사퇴 의향을 묻자 “답변드리기 조금…”이라며 말을 아꼈다.
장녀에게 해외 송금한 내역을 누락했다며 제기된 증여세 탈루 의혹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장녀의 외국 계좌는 신고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며 “장녀가 6년간 한국 돈으로 약 6800만 원을 받았는데 재산신고에서는 누락됐다. 증여세 탈루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매우 송구스럽다. 자녀가 미국에서 음악 공부하고 있을 때 교육비·생활비 계좌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그렇게(탈루) 인식하지는 않았다. 법에 따라 행동했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해온 자녀들이 최근까지 이 후보자의 건강보험 직장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면제받아 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이 후보자는 “해외에 직장 가지고 있을 때 건강보험 자격이 안 되는 줄 인지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아들이 과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 활동을 한 것을 두고 ‘아빠 찬스’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이 후보자는 “아들이 군대에 들어가려고 휴학하고 와서 친구들이랑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저와 관련해서 들어간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과거 성폭력 사건 감형 판결은 당시 사정을 모두 참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2020년 12살 아동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의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7세 딸을 성추행한 피고인의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성범죄 피고인에 대한 감형을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나름대로 무거운 형을 선택했다고 당시에는 생각했다. 부끄럼없이 한다고 했습니다만, 국민 눈높이에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심 의원은 “(이 후보자가) 기계적인 법리판단만 한 것”며 “사회 정의를 책임져야 할 대법원장 후보자로서는 부적격하다. 대법원장 지위에서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관용적 판결이 나왔다면 거대한 퇴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