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기후위기시계는 '5년 306일'
신흥국 20%↑ 전망…연간 4% 개선 '넷제로' 갈길 멀어
19일 기후위기시계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지는 때까지 남았다고 추산되는 시간은 6년이 채 남지 않았다.
1.5도는 기후 대재앙을 불러올 ‘임계점’으로 평가된다. 최후 방어선 붕괴가 머지않은 것이다. ‘기후 아마겟돈’의 유일한 출구는 탄소중립이다. ‘넷제로’가 인류의 마지막 생존코드인 셈이다. 코드를 풀 암호는 뭘까. 국제사회는 에너지효율에 주목하고 있다.
2022년 덴마크 솔덴베르그에서 열린 국제에너지기구(IEA) 컨퍼런스의 화두는 에너지효율이었다. 26개 참가국은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 기업, 투자자를 향해 에너지효율 조치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이어졌다. 같은 해 주요 7개국(G7)도 에너지효율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투자를 늘리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각국 정부를 향해 에너지 보조금 지급을 줄이고 에너지 빈곤층에 지원을 집중하면서 에너지효율 조치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에너지효율에 목소리를 높이는 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넷제로 시나리오는 인류의 에너지 소비가 2019년 수준에서 안정을 이룬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소비 억제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전망은 암울하다. 2050년 에너지수요가 2020년 수준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신흥국의 경우 에너지소비가 2030년까지 20%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게임체인저’로 에너지효율이 주목받는 이유다. IEA는 “에너지효율이 에너지 전환의 첫 연료”라는 말로 그 의미를 강조했다. 1974년 IEA 창설 이래 국제사회가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협력에 나선 건 처음이다. 에너지효율이 ‘최우선이면서 최고인(first and best)’ 기후위기 해법이라는 공동인식 때문이다.
주요국들의 기후 관련 법안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에너지효율 관련 투자 규모만 전 세계적으로 1조 달러에 달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통과시킨 7370억 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가운데 3690억 달러가 에너지·기후 조치에 할당됐고, 이 중 에너지효율은 950억 달러로 약 26%를 차지했다. 러시아 위협에 직면, 에너지 위기에 봉착한 유럽은 작년 에너지대전환 계획인 ‘REPowerEU 플랜’을 내놨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을 두 축으로 하는 플랜은 결합 에너지효율 목표치를 9%에서 13%로 상향 조정했다. REPowerEU 플랜의 중심에 있는 ‘EU RRF(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는 에너지전환 지출 2490억 유로 가운데 에너지효율이 차지하는 비중이 29%에 달한다.
그동안 에너지효율 개선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효과도 있었다. 2001~2010년 연 평균 약 1% 에너지효율 증가로 3Gt(기가톤)의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감소했다. IEA는 효율 개선이 없었으면 에너지소비와 CO2 배출이 각각 30% 더 높았을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 속 IEA 국가들은 20년간 에너지효율 조치 덕을 봤다. 에너지 비용 6800억 달러, CO2 배출은 20% 각각 절감 효과를 봤다.
하지만 넷제로 시나리오에 맞추려면 갈 길이 멀다. 기존 정책 시나리오(STEPS)는 에너지효율 개선율을 2030년까지 2%로 잡고 있다. 2030년까지 연간 95EJ(엑사줄·10의 18승, 즉 1엑사줄=100경 줄) 절약, 6Gt의 CO2 배출이 감소할 것이란 계산이다. 2050 넷제로 시나리오에 따라 2030년까지 연간 개선율이 4%에 도달할 경우 연간 5Gt이 추가로 감소한다. 연간 총 11Gt의 탄소배출이 줄어드는 것으로, 현재 화석연료 연간 배출량의 3분의 1수준이다. ‘에너지효율’에 지구의 생명이 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