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탄소배출구’, 건물에 주목하는 주요 도시 [에너지 생존게임, 카운트다운]

입력 2023-09-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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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기후위기시계는 '5년 306일'

냉난방·환기 등 화석연료 사용…건물이 '탄소배출구'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 가장 높은 게 건물 '고무적'

(이미지투데이)

세계적으로 도심 건물이 ‘탄소배출구’가 되고 있다.

19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의 약 80%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그 에너지의 40%를 소비하는 건 건물이다. 그 결과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분의 1에 달한다. 도심으로 범위를 좁히면 건물의 탄소배출 비중은 더 늘어난다. 주요국 도시들이 건물 탄소중립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세계 최대 도시 뉴욕에서도 건물은 이산화탄소(CO2) 배출 주범으로 꼽힌다. 건물 난방, 냉방, 환기, 급탕 등에 필요한 에너지로 화석연료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건물에서 배출되는 CO2가 차량보다 더 많다. 2021년 뉴욕 건물의 탄소배출은 3600만t으로 차량(1200만t)의 세 배에 달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 수송 부문(약 17%)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건물이 도시의 ‘탄소배출구’인 셈이다.

문제는 도시의 탄소배출 감소 추세가 정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0년대 이후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심지어 건물 에너지사용량이 증가할 요인은 수두룩하다. 잦은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1년 건물 에너지사용량은 전년 대비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가 지속해서 커지는 것도 건물 에너지사용을 부추긴다. 경제성장과 건물 연면적은 양의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 세계적으로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을 경우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향후 2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딘 쿠퍼 UNEP 에너지부문 책임자는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건물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건물 탄소배출 저감은 각국 기후대응 전략의 ‘초석(cornerstone)’”이라고 강조했다.

넷제로 시나리오에 따르면 건물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2020년 3Gt(기가톤), 2030년 2Gt, 2050년 120Mt(메가톤)으로 줄어야 한다. 전력 생산의 탈탄소화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건물에서 발생하는 CO2 배출량의 연 평균 증가율 1%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중요하지만, 도시 내 가용부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도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에너지효율이 불가피한 것이다. 넷제로 시나리오를 맞추기 위해 건물의 에너지 개선율은 연간 5%까지 나와줘야 한다는 평가다. 2000~2015년 평균 에너지 개선율 1.5~2%, 2015~2020년 0.5%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어려운 과제인 셈이다.

고무적인 측면도 있다. 단기적 측면에서 건물, 수송, 산업 가운데 에너지효율 개선 효과가 가장 높은 게 건물이란 점이다. UNEP는 현재 이용 가능한 기술만으로도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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