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플랫폼서 보험·카드·증권 가능
주요 은행들, 슈퍼앱 플랫폼 구축 강화
KB-SKT, 하나-삼성전자 신상품 개발
신한은행, 日금융사와 디지털 금융 확대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토큰(NFT),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는 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은행권은 이 같은 신기술까지 접목해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를 향한 플랫폼 경쟁에 불을 붙였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이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를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혁신안을 통해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유니버설 애플리케이션(앱)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구축을 위해 디지털 전환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KB스타뱅킹’ 등 KB 플랫폼이 고객 일상생활을 아우를 수 있도록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앱 하나만으로 그룹 계열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종합금융플랫폼화를 추진하고 있다. KB스타뱅킹 앱 내에서 각종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KB증권의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 공모주 청약, KB손해보험의 미니보험, 대출비교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디지털 강화를 위해 상품 부서를 플랫폼 조직으로 전환해 상품개발자와 IT 인력 간 유기적인 협업도 강화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말께 그룹 통합 앱 ‘신한 유니버설 간편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업종 간 경계가 낮아지고 온·오프라인 구분도 사라진 빅블러 시대에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고객 관점에서 제공하고자 그룹의 디지털 역량을 ‘신한 유니버설 간편 앱’에 담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이 앱에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업권별 경계를 넘어 서비스 전반을 다룰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원큐’ 앱의 고도화를 통해, 우리금융은 ‘우리 (WON)뱅킹’ 재구축 사업을 통해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에 다가간다.
웹3.0 시대를 맞아 관련 시장 진출을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SK텔레콤, SK스퀘어와 손잡고 웹3.0 등 혁신기업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3사는 미래유망 영역에 대한 투자부터 AI 기술과 데이터 등을 활용한 혁신 사업 추진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블록체인, NFT, 탈중앙화자율조직(DAO) 등을 특징으로 하는 웹3.0 관련 정보통신기술(ICT)을 금융과 접목에 나선다.
하나금융은 올해도 삼성전자와 손잡고 △금융과 IT 기술의 융복합 관련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 △블록체인 기반 월렛, NFT연계 상품 개발 △웹3.0 기반 신규 비즈니스 모델 협력 등 미래형 금융서비스 개발에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SK텔레콤과 손잡고 ‘리브 넥스트(NEXT)’에서 대화로 금융거래가 가능한 AI 뱅킹 서비스 ‘콜리와의 대화’를 선보였다. 3D 캐릭터인 콜리가 고객과 대화하고 요청에 응답하는 이 서비스는 은행의 금융서비스와 IT 기술의 결합을 통한 신금융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신한은행은 일본 금융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강화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5월 도쿄 키라보시 금융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및 디지털 금융 사업 확대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리테일·디지털 사업 전략 수립 및 추진 △일본 금융시장에서의 디지털·ICT 사업 협력 △운영위원회 구성 및 신사업 발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토큰증권발행(STO) 진출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은행권 STO 컨소시엄에는 NH농협은행, Sh수협은행, 전북은행, IBK기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까지 가세하며 토큰증권 생태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은행권 STO 컨소시엄에 합류하지 않고, 하나증권과 STO 사업 협력을 진행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웹3.0 시대에 맞춰 금융서비스도 진화되고 있다”며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경쟁뿐 아니라 블록체인, NFT, AI 등 다양한 기술을 어떻게 금융서비스와 결합해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것인지가 은행의 경쟁력을 가리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