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강제조사권 도입, 법체계 성격 비춰볼때 무리라는 의견 많아"
대신 금융위-금감원간 공조체계 확대 방향…"공조 한계, 초기 증거확보 어려움 따를 것"
금융위원회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대응력 강화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현장조사권, 영치권(자료 압류권)을 14년만에 재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추진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불공정거래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신속한 조사를 위한 강제조사권 도입이 주목됐으나 민간기구에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가 불공정거래 대응의 신속화·효율화를 위해 마련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에 금감원의 현장조사권·영치권 도입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4월 ‘라덕연 사태’를 비롯해 ‘하한가 사태’, 불법 리딩방 등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사건이 늘자 금융위는 금감원, 거래소와 함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안을 논의해왔다.
특히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조사를 최일선에서 맡고 있는 금감원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불공정거래 사건들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금감원이 강제조사권이 없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에서다.
금감원은 현재 자료제출 요구 등 임의 조사만 가능한 상황으로, 조사 과정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때문에 불공정거래 세력의 시간끌기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강제성이 있는 현장조사권과 영치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금융위는 대신 비상조사심의협의회와 실무협의체 논의를 통해 금감원과 공동 협력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임의 조사를 하다가 현장조사가 필요하면 금융위에 공동조사 요청해서 진행하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되 공조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강제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강제조사가 반드시 활용되도록 개선키로 했다. 사건을 분류할때도 중요(금융위), 일반(금감원)의 단편적인 분류 방식을 없애고, 사건성격·범죄유형 및 각 기관 권한·장점을 고려해 금융위·금감원 협의 하에 배정키로 했다.
다만 현행 금융위·금감원 공조 체제가 보안 문제나 조사건수 문제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만큼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임의 조사는 외부로 정보가 알려지지 않도록 보안 문제가 중요한 만큼 조사 상황에 대해 서로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공유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수백건의 임의조사를 협업으로 진행하는 것도 무리가 따를 가능성이 크다.
앞서 금융위와 금감원은 2013년 자본시장조사단 설치 후 공조 체계 강화를 추진했으나 KB국민은행의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 외에는 공조사례를 찾기 어렵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조사의 경우) 초기에 증거가 확보 돼야 형사처벌까지 가능한데 현재 금감원은 질문과 계좌추적 등으로만 조사가 이뤄지는 만큼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수백건의 조사를 금융위와 금감원이 같이 다루는 것도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행정조사가 대부분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만큼 조사권을 행정기관이 맡는 것도 수사에 가까운 행위인데 민간에 부여되는 것은 법체계, 행정조사의 성격에 비춰봤을 때 무리가 따른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완전한 위탁은 어렵지만 협업체계를 늘려서 조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