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이전까지 총 8번 발의됐으나 폐기·부결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고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가결했다.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다만, 대통령실이 이미 건의안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힌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건의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회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한덕수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실시한 결과, 건의안은 재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75명, 반대 116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해임건의안의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찬성이다.
해임건의안 가결은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110명)과 여당 성향 무소속 의원들(4명)이 반대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168명), 정의당(6명) 등 야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찬반 수와 기권표를 고려하면 야권에서도 일부 반대표가 나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등과 더불어 최근 단행된 2차 개각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 총리의 해임건의안을 지난 18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제안설명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행정 외교, 안보, 경제 등 국정 전 분야에 걸쳐 자행된 광범위한 무능과 폭망 사태의 중심에 총리가 있었다"며 "무책임한 내각 운영으로 민생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의 위기를 불러왔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전 정권 탓, 야당 탓, 국민 탓으로 돌리기에 바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총리 해임건의안 처리가 무능력 해체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도 국정 운영의 퇴행을 막고 총체적 난맥을 바로잡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 총리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총리가 됐다. 앞서 한 총리 이전까지 2012년 김황식 전 총리를 비롯해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총 8번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되거나 부결됐다.
다만, 이번에 가결된 한 총리 해임건의안은 강제성이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임건의안은 일반 법률안과 달리 대통령에 구속력을 갖지 않고, 재의요구권(거부권)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가결시킨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9일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이라며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제 의존도가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에서는 수출만이 일자리 창출의 유일한 첩경이다. 우리 경제의 동력과 서민을 살리는 길"이라며 "모두 힘을 모아서 분발해도 모자랄 판에 민주당이 이렇게 막장 정치 투쟁을 일삼으면 그 피해자는 대통령이겠나. 여당이겠나.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이후 논평에서 "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물타기 하기 위해 국정 공백과 국민 불편이 뻔히 보이는 해임건의안을 도구로 삼는 민주당을 과연 대한민국의 공당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민생을 내팽개친 야당, 그리고 사법 리스크에 빠진 제1야당 대표가 초래한 희대의 비극이며 헌정사의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 대표의 방탄을 위한 정쟁으로 일관한들 이 대표의 범죄 혐의가 사라지는 것도, 진실이 가려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해임, 탄핵, 선전·선동밖에 할 줄 모르는 민주당의 무능만이 부각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