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단체가 ‘원 인, 투 아웃(One-in, Two-out)’을 호소하고 나섰다. 새 규제를 하나 도입하면 기존 규제 두 건을 폐지하자는 간곡한 요청이자 절박한 주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가 그제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한 기업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규제에 관한 발상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제 세미나에 나선 전문가들은 대체로 우리 기업 규제가 주요 7개국(G7)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은 “기업규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뛰는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장근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포이즌 필(신주인수 선택권)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기업집단 전반을 규율하는 법제는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인, 투 아웃’은 다채롭게 개진된 우려와 대안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새 좌표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고속 성장의 드라마를 일궈내며 단기간에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국가답지 않게 연 1%대 저성장 국면을 맞고 있다. 다수 기관 관측대로 내년에도 1%대 성장에 그친다면 2년 연속 1%대를 맴돌게 된다. 국제사회가 부러워하던 경제 역동성이 바닥났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저성장 경고가 수년 전부터 제기됐고, 파국적 경로를 피해갈 대안까지 제시됐는데도 정부와 정치권 등 사회 주도 집단이 무책임하게 파국적 경로로만 치달렸다는 사실이다. 뻔히 보고도 피하지 못했다면 미래엔 다를 것이라고 장담할 길이 없다.
4년여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고를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KDI는 2019년 5월 16일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장기전망’ 보고서를 내고 규제를 개선하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 없이 확장적 재정에만 기댄다면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과 재화가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몰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적시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재정 만능주의가 부를 국가적 재앙에 대한 국책연구기관의 준엄한 경고였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개혁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라 곳간만 거덜 냈다. 어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경제 5단체가 합창한 ‘원 인, 투 아웃’은 규제 성향 입법이 폭주하는 국회 현실로 미루어 시의적절한 감이 짙다. 국회는 우선 규제 법안에 대해 그 편익을 사전에 따지는 ‘입법영향분석’을 시행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니 여의도 국회라고 마다할 명분이 없다. 규제 법안이 입법영향분석을 거쳐 국회를 통과할 경우 시효를 넘긴 낡은 규제 법안들을 자동으로 폐지해야 한다. 현재 있으나 마나 한 ‘일몰 규제’만 실행해도 규제 혁파가 어려울 까닭이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산업계가 그 얼마나 절박하면 ‘원 인, 투 아웃’을 합창할지 성찰하면서 갈 길을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