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북·러 군사협력의 배경과 전략적 의미' 보고서
최근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러 군사협력이 북중러 군사협력으로 확장하지 못하도록 한국, 중국, 일본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해 생존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억제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3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이슈와 논점'에 실린 '북·러 군사협력의 배경과 전략적 의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가운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러 군사협력이 본격화될 것임이 예고됐다.
보고서는 "북러 군사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과 로켓 등을 공급받기 위해 러시아의 제안으로 시작됐다"면서도 "올해 초부터 '전쟁준비태세'를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북러 군사협력의 대외적 배경에 대해 "대남 공격을 위한 전술핵의 실전배치와 대미 공격을 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공적 시험 발사로 인해 더욱 공고해진 한미 및 한미일의 대북 압박에 대한 김 총 비서의 위협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며 "특히 김 총비서의 전쟁준비태세 강조는 북러 군사협력으로 가시화되고 있으며, 이는 한미일 3국 협력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북중러 군사협력을 복원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내적으로는 북한이 대북제재의 장기화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주요 식품 가격이 대폭 오르는 등 식량문제도 발생하면서 이른바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입법조사관은 "극심한 경제 실정과 식량난 및 생필품난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 자신의 리더십에 부정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북러간 군사협력도 이러한 대내적 배경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데, 특히 양국간 무기와 기술 교환뿐만 아니라 외화 부족 및 식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김 총비서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양국간 군사협력으로 공식화되면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래식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에 포탄을 비롯한 각종 재래식 살상 무기를 제공할 것으로 봤다. 지난 8월 김 총비서의 군수공장 현지지도에서 소개된 주요 무기들이 러시아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로써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핵과 미사일과 관련 첨단 기술을 제공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김 총비서가 지난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공언했던 핵 관련 기술 중 기술적 한계에 직면한 핵추진 잠수함과 대미 직접 타격이 가능한 ICBM의 재진입 기술 등이 (북러 협력에) 포함될 수 있다"며 "김 총비서는 이번 무기 거래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보상과 식량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입법조사관은 "북러 군사협력이 북한의 전략적 의도에 따라 북중러 군사협력으로 간다면 이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환경을 근원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면서도 "북러 군사협력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중국이 북한의 의도대로 북중러 협력 복원에 동의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이 우리 안보지형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도 북러 군사협력이 북중러 군사협력으로 확장하지 못하도록 한중일 관계 개선에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김 총비서가 북러 군사협력을 통해 경제 및 식량 위기를 극복하고, 북중러 군사협력으로 확대해 지속 가능한 생존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억제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