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학번 대거 은퇴에 2030·여성으로 재편, 구성원 다변화 영향도
몇 해 전만 해도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일명 SKY) 출신들이 주름잡던 채권브로커(중개인) 시장이 빠르게 재편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장외채권거래 장소인 K·본드 메신저 내 대화방에서 엘리제와 청송대는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엘리제는 고려대의 대표적 응원가인 ‘엘리제를 위하여’에서 따온 명칭으로 고려대 출신, 청송대는 연세대 캠퍼스 내에 위치한 ‘청송대’에서 따온 명칭으로 연세대 출신 채권브로커 모임방이다. 채권 호가정보를 비롯해 각종 고급정보 등을 이들 방에서 주고받았다.
과거 장외시장에서 90% 이상을 거래했던 채권시장 속성상 이들 브로커방은 그야말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학연으로 뭉쳐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비판받기도 했지만 채권시장을 견인한 일등공신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수의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이들 방들은 완전히 죽었다. 남은 사람들이 거의 없어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며 “학교를 연줄로 한 이들 방들은 최근에는 친목 용도로만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대신해 최근에는 1번방, 레드본드, 막무가내, 블커본드 방 등이 뜨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 방들은 일명 뚜렷한 연줄이 없다는게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전언이다.
이같은 변화는 우선 10여년 이상 채권시장을 주름잡았던 80년대 학번(50대)들의 대거 은퇴가 자리한다. 반면, 새로 진출한 20~30대(2030) 젊은 세대들은 굳이 학연을 따지며 대학별로 모임을 갖지 않는다.
70% 이상에 달했던 SKY 출신이 줄고 다양한 학교와 경력을 지닌 인력들이 채권시장에 진입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브로커가 상대하는 운용사 매니저(트레이더)들이 2030과 여성으로 재편된 것도 한몫했다. 젊고 여성인 매니저를 상대하기에는 아무래도 비슷한 연령대와 여성인 브로커가 편하기 때문이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부장급도 40대 초반인데다, 여성 브로커들도 많이 늘었다. 출신도 다양해져 고졸, 예체능, 스튜어디스, 아나운서 등 다양한 인력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채권거래 투명성을 위해 당국이 장내거래 활성화를 유도하다보니 장외거래 비율이 최근 50% 수준까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격발견 등 시장서치 기능이 약해지고 단순 호가 정보만 보면 되다보니 대화방 역시 사실상 주식 시세창 그 이상의 역할을 못하고 있어서다.
앞선 채권시장 참여자는 “시대흐름의 변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서유석의 ‘가는 세월’ 노래를 빚 대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라며 변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