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안 계기로 친명 결집…비대위 희박
지지율 급락시 李 대체재 부상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가 25일 이재명 대표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옥중 공천'을 일제히 거론하고 나섰다. 이 대표가 구속돼도 내년 총선까지 현 체제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비명(비이재명)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체재'로서 이낙연 전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의 역할론이 대두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원내대표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구속영장 여부와 상관없이 이 대표 체제에 변수가 온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승리의 길이고, 그것을 흔들려는 것이 여권과 검찰의 가장 핵심 의도"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만약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이 발부돼 법원에서 어느 정도 범죄 혐의가 입증, 소명됐다고 봐서 구속시켜도 이 대표 체제를 계속 가는 게 맞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옥중 당무' 가능 여부에 대한 진행자 물음에 "그렇다. 민주당은 어려움이 있으면 그걸 뚫고 나갈 수 있을 만한 저력과 힘이 있다"며 "다양한 형태의 지도력이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구속돼도 당대표직을 내려놓는 일은 없다는 말에 동의하냐'는 취지의 질문에도 "같은 생각"이라며 "이 대표의 의지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MBC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건재하다"며 "내일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 (이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 있냐, 없냐 이럴 수는 있지만 당대표 업무에 흔들림은 전혀 없다"고 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 결사옹위에 나선 친명계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이번에는 지긋지긋한 방탄 꼬리표를 떼어내야 한다"면서 "(체포동의안 가결로) 방탄 프레임을 혁파했으면 팬덤 정당을 벗어나야 하는데 가결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광온 원내대표 사퇴로 26일 열리는 원내대표 선거도 친명계 4파전(김민석·남인순·우원식·홍익표)으로 치러지는 만큼 당내 친명 색채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영장심사가 초유의 제1야당 대표 구속으로 마무리되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친명계는 더욱 결집하고, 비명계는 이 대표의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은 친명계의 당 장악력이 압도적이지만, 민심 이반·극한 내분에 따른 지지율 급락 등의 경우 장외에 있는 이낙연 전 대표나 김부겸 전 총리의 역할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귀국 후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중심으로 운신의 폭을 넓혀가는 한편 페이스북을 통해 간헐적으로 윤석열 정부 비판 메시지를 내고 있다.
다만 이 대표의 구속을 동력으로 당장 정치 전면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친낙계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계속 가려면 지금 중앙에서 뭔가를 하는 모습보단 지지기반이 있는 전남에서부터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당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걸 알 텐데 지금 나서는 건 부담일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이 대표) 구속과 무관하게 윤석열 정부의 국정 혼란을 비판하고, 민주당의 도덕성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은 일관적"이라고 전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양평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총리는 여러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때마다 내홍을 수습하고 총선을 이끌 비대위원장 적임자로 거론돼 왔다.
당 관계자는 "비대위를 꾸리면 위원장으로 김 전 총리가 적합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있는 분위기"라면서도 "당 외에 국민이 봤을 때 깜짝 놀라거나 감동을 줄 만한 인선인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문제는 지금 국면에서 비대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