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빈곤 악화→내전·폭동 악순환
카메룬·적도기니·콩고 등 쿠데타 발생 가능성 부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를 인용해 카메룬과 콩고, 적도기니, 차드 등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고 최근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에서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지원을 받는 반군단체가 현 정부의 전복을 계획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첩보가 유출돼 우려를 사기도 했다.
이들 국가 대부분 장기 집권으로 부패한 데다 대중들의 정권 지지도가 현저히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카메룬은 올해 90세인 폴 비야 대통령이 1982년부터 장기집권 중이다. 그는 대중들에게 ‘부패한 권력자’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최근 아들에게 정권을 물려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콩고도 1997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드니 사수 은게소 대통령이 집권 중이며, 적도기니는 44년 전 자신의 삼촌을 축출한 이후 집권해 세계 최장수 대통령에 오른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가 있다.
차드 역시 군사 쿠데타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임 대통령이었던 이드리스 데비가 2021년 반군 세력과 대치하다 사망했던 데다,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현직 대통령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 이트노의 권력 장악력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제까지 상대적으로 쿠데타 ‘안전지대’로 통했던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도 최근 정치적 불안이 높아지면서 반란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잇달아 쿠데타가 일어난 배경에는 정치적인 부패 문제도 있지만,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가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 심장부를 관통하는 사헬지역에는 최빈국 비중이 유독 높다. 이 일대 인구는 1억 명 정도인데, 이 중 80%가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이들 국가 대다수가 정권의 부패로 정치적 시스템이 취약하고 산업생산보다 천연자원 의존도가 월등히 높다.
그만큼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기온상승으로 아프리카 지역의 수자원과 농업생산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생계를 천연자원에 크게 의존하는 사헬지역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17~28%의 농업생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기후변화로 사막과 가뭄, 해수면 상승 등의 자연재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거나 빈곤이 더욱 악화하면서 사회적 갈등은 더욱 커지고, 폭력 사태 역시 급증하고 있다. 2004년 한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하면서 내전 발생 가능성이 4.5% 증가한다. 브루킹스연구소는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적 차원의 대응은 사헬지역의 정치적 불안을 완화하는데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