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차에서 내려 지팡이를 짚고 법정으로 들어간 이 대표는 자신의 혐의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26일 오전 10시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연다. 심리는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구속 심사에 출석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날 이 대표는 오전 8시께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녹색병원 정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정청래 의원, 고민정 의원 등과 악수를 한 뒤 지지자를 향해 손을 한 차례 흔들고 차량에 타 법원으로 향했다.
법원에 도착한 이 대표는 차에서 내려 지팡이에 의존해 천천히 법정으로 들어갔다.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한 말씀 부탁드린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등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날 법원 근처에는 이 대표의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윤석열 탄핵"을 외치기도 했다.
이번 구속 심사에서 검찰과 이 대표는 '백현동 사건', '쌍방울 방북 대납 의혹', '검사 사칭 사건' 등과 관련해 구속 필요성을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2017년 2월 백현동 부지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경기도지사였던 시절에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자신의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대납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또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접촉, 허위 증언을 요구한 혐의도 있다.
한편 이날 이 대표의 영장심사 심리를 맡은 유창훈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소신과 원칙에 따라 판결하는 판사로 알려졌다.
최근 유 부장판사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게 청구된 구속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시점에서 구속하는 건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불법적으로 취재한 혐의를 받는 인터넷 언론 '더탐사' 강진구 대표와 이성만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도 기각했다.
반면에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 송영길 전 대표의 전 보좌관 박모 씨에 대해서는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통상 구속 영장은 '증거인멸 가능성', '도주의 우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발부한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 새벽에는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