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ㆍ진드기 등 ‘매개 생물’ 서식지 확대
방글라데시, 사상 최악 뎅기열 감염
동물이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인수공통감염병(인수감염병)’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유엔은 기후변화와 농업개발 등을 원인으로 꼽고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닛케이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키스 샘프션 수석 수의관(CVO)의 발언을 인용해 “기후변화나 농업개발은 인수감염 확산과 매우 강하게 연결돼 있다"라며 "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 위험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해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병원체가 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전파되는 질병은 인수감염(Zoonosis)이라고 부른다.
닛케이는 유엔환경계획(UNEP)과 국제가축연구소(ILRI)의 리포트를 덧붙이며 “새로 출현한 감염증의 약 75%는 동물에서 유래한 인수감염”이라고 밝혔다.
샘프션 CVO는 “북반구의 폭염지역이 증가하면서 모기나 진드기 등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 생물의 번식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라며 “과거 가을이 되면 서늘했던 지역까지 늦여름 더위와 폭염 등이 이어지면서 매개 생물(모기 및 진드기) 서식지와 서식환경 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아열대 지역이 확산하면서 병원균을 옮기는 해충 등이 더 많아졌고, 이들의 서식지가 확대됐다는 의미다.
예컨대 방글라데시의 경우 모기가 옮기는 뎅기열 감염이 올해 사상 최악인 상황이다. 이미 이달 초 기준 감염자가 20만 명을 넘었으며 사망자는 1000명 이상이다. 지난해 연간 총 뎅기열 환자(약 6만 명)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방글라데시 북부까지 폭염이 확산하는 한편, 폭염 기간도 이전보다 증가한 탓으로 해석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높은 기온과 습도, 비정상적인 강우량이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모기의 대량 발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뎅기열 환자가 늘어나면 세계적 대유행을 일컫는 ‘뎅기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WHO는 경고했다.
WHO에 따르면 2000년 50만 명 수준이었던 뎅기열 환자는 지난해 8배나 증가한 420만 명에 달했다. 북반구에 기록적인 더위가 퍼진 올해도 8월 누적 환자가 70개국에서 370만 명이 넘었다.
이런 기후변화와 함께 무분별한 농지개발과 삼림파괴 등도 인수감염증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야생동물 서식지가 인간의 생활권과 더 많이 겹치고 있는 탓이다.
샘프션 CVO는 “코로나19처럼 야생동물이나 가축으로부터 (병원체가)인간에게 감염되는 것은 또 일어날 수 있고, 그것이 반복되는 것까지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식생활의 변화도 인수감염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세계 고기생산은 지난 50년간 3.6배, 달걀은 4.4배 늘었다. 이들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동물 감염병이 창궐하기도 한다. 이 동물 감염병을 모기나 진드기 등이 사람에게 전파하는 형태다.
FAO의 샘프션 씨는 인간·동물·환경의 건전성을 일체적으로 파악해 대응하는 ‘원헬스’의 중요성을 호소한다. “전통적으로 수의학과 공중위생은 다른 것으로 생각되어 왔으며, 인간과 동물의 건강과 환경보전은 다른 분야로 되어 왔지만,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