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인 출신 궁사 주재훈(한국수력원자력)이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의 대회 첫 메달을 장식했다. 생업까지 포기하고 꿈을 위해 달렸던 주재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주재훈과 소채원(현대모비스)이 4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컴파운드 양궁 혼성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양궁이 이번 대회에서 수확한 첫 메달이다.
이날 주재훈과 소채원은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대회 컴파운드 양궁 혼성전 결승에서 인도의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 조티 수레카 벤남에게 158-159로 졌다. 단 1점 차였다.
전통적인 모양의 활을 이용하는 리커브와 달리 컴파운드는 케이블, 도르래, 망원렌즈 등을 사용해 만든 활을 다룬다. 특성상 기량이 세계적으로 평준화돼 있다. 한국이 양궁 최강국이라고 하지만 메달을 따기 쉽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주재훈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번 메달은 더욱 값지다. 전문 선수가 아닌 양궁 동호인 출신인 주재훈은 이번 대회를 위해 생업까지 한시적으로 포기했다.
주재훈이 양궁을 처음 시작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였다. 양궁에 대한 호기심으로 양궁 클럽에 등록한 주재훈은 곧 양궁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지인의 축사에서 유튜브를 보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양궁 실력이 늘수록 태극마크에 대한 꿈도 커졌다. 매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했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양궁에 대한 그의 열정도 만만치 않았다. ‘4전 5기’ 끝에 주재훈은 올해 평가전 최종 순위 4위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따냈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주재훈은 “은메달의 영광을 가족, 경북 울진의 지역사회분들, 회사 관계자분들께 돌리고 싶다”면서 “(1년 연봉을 포기했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직장 생활과 양궁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전문 선수분들은 스케줄이 좀 군대식이다. 난 (훈련이나 자세가) 자유분방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선수로 시작했으면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 같다”면서 “(전문 선수와 다르게) 주어진 선택권이 넓다 보니 전문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한 여러 가지 것들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