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코인 운동장…빗썸 "차라리 수수료 안 받겠다" 초강수

입력 2023-10-04 17:44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업계 업비트 독과점 놓고 갑론을박…중소거래소 생존 문제 직면
가상자산 265종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화…'공격적 행보' 선언
수수료 면제 전략, 유동성 공급 및 점유율 상승 측면에서 효과
내년 1월 창립 10주년 앞두고, 코인시장 빗썸 승부수 통할지 주목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화'라는 초강수를 뒀다. 매출 대부분이 가상자산 거래 중개 수수료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이용자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빗썸은 4일 오후 6시부터 빗썸에서 거래 지원하는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수수료 변경 대상 가상자산은 원화 마켓 241종과 BTC 마켓 24종 등 총 265종이다. 이용자가 고객센터 메뉴 내 ‘수수료 무료 등록’을 클릭 후 등록 버튼만 누르면 수수료가 기존 0.04~0.25% 수준에서 0%로 변경된다. 수수료 면제 정책은 별도 공지 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빗썸은 8월부터 거래량을 높이기 위해 일부 가상자산에 대한 수수료 무료 정책을 진행하고 있었다. 수수료 무료 적용 대상 가상자산을 1주일 간격으로 10종씩 추가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 아예 전면 무료화를 택한 것이다. 빗썸 측은 이번 무료화 정책과 함께 거래소 앱 편의성 개선 등을 통해 이용자 사용성을 강화하는 등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방침이다.

빗썸의 수수료 면제 전략은 유동성 공급 및 점유율 상승 측면에서 효과가 있었다. 올해 상반기 한 자릿수 대까지 떨어졌던 빗썸의 국내 거래 점유율은 8월 중반 약 25%까지 치솟는 등 일정 성과를 보였다. 반면 한때 90%까지 치솟았던 1위 거래소 업비트의 거래 점유율은 낮아졌다.

한때 글로벌 1위 거래소로 꼽혔던 빗썸은 2020년 업비트에 그 자리를 빼앗긴 후, 거래 점유율이 지속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되며 하락폭이 커졌다.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적어질수록 이용자들은 거래가 활발한 1위 거래소로 몰렸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빗썸의 초강수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겨울) 여파 속에 1위 거래소 업비트를 제외하고 모두가 적자에 신음하고 있는 만큼, 빗썸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성공을 거둘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업비트 독과점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은행실명계좌 연동을 통한 원화마켓 지원여부가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특정 거래소의 과점 체제가 공고화되면서 다수 코인마켓의 생존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거래량이 부족한 대부분 중소거래소는 이미 수수료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매출의 대부분이 거래 수수료에서 나오다 보니 큰 결정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전 일부 종목 수수료 무료 이벤트 통해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고 판단해 승부를 건 것 같다”고 평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빗썸의 올해 상반기 매출 827억 원은 대부분은 거래 중개 수수료를 통해 발생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162억 원, 상반기 영업이익은 127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8월 이후 수수료 무료 정책을 도입한 만큼, 3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수익을 완전히 포기한 것을 두고 우려가 나온다. 당장 거래 점유율을 높이더라도 이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란 분석도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무료 정책이 끝나더라도 확보된 점유율이 유지될 수 있을 지가 중요한 만큼, 이벤트 종료 이후를 더 주의깊게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빗썸은 내년 1월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빗썸측은 이번 거래 수수료 제로화 정책이 다가오는 창립 10주년을 두 달여 앞두고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내년 1월이면 빗썸이 거래소를 만든 지 10년이 되는 해"라며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빗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