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한 고금리 장기화 공포…‘영끌·빚투’ 개미 어쩌나 [뉴노멀 고금리시대]

입력 2023-10-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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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잔고 20조 육박…작년 말보다 19% 증가
예탁증권담보융자도 작년 말 대비 18% 올라…하반기 반등 기대 공격적 ‘빚투’ 지속
미국발 국채 금리 급등쇼크·고금리 장기화에 영끌족 빚투 이자 부담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9.38포인트(2.41%) 내린 2405.69, 원달러 환율은 14.20원 오른 1363.50원, 코스닥은 33.62포인트(4.00%) 내린 807.40으로 거래를 마쳤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하반기 증시 회복을 기대하고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개미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4%를 돌파하며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증권·채권·외환시장이 휘청이고 있어서다. 고금리 장기화 시나리오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질서 있는 레버리지 관리가 10월 리스크 관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의 신용융자잔고는 지난달 27일 기준 19조70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6조5186억 원)보다 19%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8.1% 상승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신용융자잔고는 연중 최고치인 20조5573억 원(8월 17일) 대비해선 불과 4% 감소한 수준으로 여전히 20조 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신용거래융자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주식이나 현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잔고로, 아직 상환되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증권사에 주식 등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 예탁증권담보융자도 증가 추세다. 예탁증권담보융자 잔액은 지난달 27일 기준 22조2642억 원으로 작년 말(18조8690억 원) 대비 18% 늘었다. 두산로보틱스 청약 효과와 맞물리면서 지난달 22일 하루에만 1조 원 가까이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7월 이차전지 테마에 이어 8월 초전도체 테마까지 투자 과열 현상이 벌어진데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 등 증시 반등을 기대하고 공격적인 빚투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늘어난 빚투는 고스란히 개미들의 리스크로 떠올랐다. 코스피가 2.41% 하락한 전날, 2450포인트대까지 버티던 실망 매물이 출회되기 시작했다. 포스코홀딩스, 영풍제지, 한올바이오파마 등 신용잔고율이 높은 종목이 개인 매도 상위를 기록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망 매물 출회로 전날 오후 들어 신용융자 상환 물량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일 개인의 매도 상위 종목군이 대체로 신용잔고율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미국발 국채 금리 급등쇼크와 고금리 장기화 기조 여파에 영끌족의 빚투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10%대에 육박하고 있다. DB금융투자의 91일 이상 기준금리는 9.9%에 달한다. 유안타증권(최고 9.85%)을 비롯해 삼성증권(9.8%), 유진투자증권(9.7%), NH투자증권(9.6%),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한양증권(9.5%) 등이 9% 중후반대 이자율을 부과하고 있다.

가계대출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8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4.83%로 전월보다 0.03%포인트(p) 올랐다. 6월(4.81%)과 7월(4.80%) 두 달 연속 떨어졌다가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31%로 0.03%p 높아졌고, 일반 신용대출도 6.53%로 0.01%p 증가했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미 금리차는 올해 7월부터 2.00%p까지 확대됐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기간은 작년 7월부터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기준금리를 연내 한 차례 더 올리는 방안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시기가 계속되거나 역전폭이 확대되면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 한미 금리차 확대는 국내 채권 수요를 약화시켜 시중금리에 상승 압력으로 주가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원화가치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한-미 금리 간 상관관계는 더욱 높아졌다”며 “미국 금리가 높아질수록 단기적으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가계부채 등과 연동된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 은행채 발행량 증가 등 악재에 더 민감해지면서 수급 불안이 지속될 수 있어 10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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