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자동차 등은 오히려 호재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을 향해 달려가면서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 원자재 수입이 많은 철강업 등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급격히 회복 중인 항공업계는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항공사들은 항공유와 항공기 임대료 등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한다. 따라서 환율이 오르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구조다.
대한항공은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27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 등 모두 420억 원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발생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환율이 10% 상승하게 되면 3582억8000만 원의 세전순이익이 감소한다.
항공업과 철광석 등 원료를 수입하는 철강업도 비용 증가가 걱정스럽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철광석과 같은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따라서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원료 구매 가격이 올라 원가 부담이 커진다.
이들 업체는 수출로 벌어든 외환 수익을 다시 해외 원재료를 사는데 사용하는 이른바 '네츄럴 헤지((Natural Hedge)로 환율 변동에 대비하지만, 그 영향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다.
반면 고환율이 호재로 작용하는 업종도 있다. 선박 수주 대금을 달러로 계약하는 조선업은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계약이 이뤄지는 만큼, 원ㆍ달러 환율이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이익폭은 더 커진다.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자동차업계도 환율 상승에 수혜를 보는 업종 중 하나다. 유안타증권은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을 3조8000원으로 추정했다. 3분기 예상 차량 판매 대수는 줄어들 것으로 봤지만, 판매단가 상승과 원가 감소 그리고 예상보다 높은 원·달러 환율 등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고환율은 우리나라 수출기업에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잘 통용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시장에서 기술경쟁력이 중시된 2010년 이후, 환율에 의한 수출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산업별로는 자동차ㆍ일반기계ㆍ디스플레이ㆍ반도체 수출에 대한 실질실효환율 영향이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와 석유화학 수출에 대한 영향력은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은 "저가 품목 생산으로 가격 경쟁을 하던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기술 개발 중심 산업 정책을 시행하며 수출 구조가 점차 고도화됐다"며 "기술 집약도가 높은 산업의 수출이 증가할수록 품질이나 기술 우위 등 비가격적 요소가 중요해지며 환율의 영향이 감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