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 시나 호흡할 때 나오는 소리 분석해 질환 중증도 확인
“일상의 소리를 활용해 혁신적인 건강모니터링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송지영 사운더블 헬스 대표는 최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인공지능(AI)을 활용, 주변 소리를 환자 중심의 사용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운더블 헬스는 배변 시나 호흡할 때 나오는 소리를 스마트폰으로 분석해 질환의 중증도를 확인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2017년 창업했다.
설립 이듬해인 2018년 송 대표는 미국 시장 도전에 나섰다. 한국은 근거리에서 손쉽게 의사를 만날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도 훌륭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때문이었다.
반면 미국은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의 원격모니터링이 활성화됐고, 디지털헬스케어 시장 규모도 전 세계의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술력이 있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회사 공동창업자들과 LG전자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송 대표는 스마트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특히 스마트폰 센서를 활용해 만성질환 관리가 가능한 분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기술개발에 나섰다.
사운더블 헬스의 첫 번째 제품 ‘프라우드P(proudP)’는 비뇨의학과에서 요도의 배뇨압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요속검사’에서 착안했다. 전립선비대증이나 과민성 방광일 경우, 원활하게 배변 활동을 하기 어렵다. 회사는 병원에서 쓰이는 장비와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AI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송 대표는 “총 5000여 건의 배변 소리를 패턴화해 질환 유무를 판별, 병원 내에서 행하는 검사들에 비해 신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성는 창업 2년만에 나왔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2등급 의료기기로 등록됐다. 또 미국 전역의 비뇨기질환 전문클리닉에서 복약과정, 수술 전후 모니터 용도로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작년 말 유료화했고, 내년에 미국 노인 대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급여화를 통한 정식 처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숨소리로 호흡기질환을 판별할 수 있는 ‘코피(Coughy)’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침을 얼마나 심하게, 몇 번 했는지를 확인해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특발성폐섬유화증 등에 대한 중증도를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으로 갑자기 악화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가지 않게 예방할 수 있어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사운더블 헬스는 최근 미국 ‘디지털헬스 어워드’에서 ‘헬스케어 AI 활용 분야’ 최고상 후보에 선정되며 기술 경쟁력도 입증받았다. 디지털헬스 어워드는 전 세계 헬스케어 기업 중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의료서비스와 환자케어 향상에 기여한 기업을 선정한다. 사운더블 헬스는 AI 활용분야 최종 14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송 대표는 “스마트폰에서 앱을 다운 받고, 구독 시스템으로 이용 가능하다. 환자와 의사 모두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데이터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거나 악화하는 것만 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 제안도 할 수 있다. 약물 치료만으로 충분히 개선되는지, 약물이 효과가 있는지 빠른 시간 내에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원격모니터링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송 대표는 “미국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며 진료의 90% 이상이 원격으로 대체됐었다.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며 “프라우드P의 주 고객층이 55세 이상인데 전혀 저항 없이 잘 이용했다. 병을 관리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강하고,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을 활용해 배뇨 검사 건수만 30만 건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사운더블 헬스의 소리분석 기술은 제약회사나 수술장비 의료기기 기업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송 대표는 “약물 치료나 수술 후 증상 개선 등의 측정값을 통해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또 임상연구 시에도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해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운더블 헬스는 수면, 신경질환, 앨러지 등 소리분석 기술을 적용할 질병 범위도 넓히고 있다. 송 대표는 “단순 측정에 그치지 않고, 측정 이후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후에 따른 치료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들이 꾸준히 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회사 미래 성장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인수합병(M&A)이나 나스닥 상장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 송 대표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사업을 하니 여러 옵션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한국은 시리즈C 투자 후 상장을 안 하면 큰일이 날 것처럼 생각하지만, 미국은 더 큰 라운드를 계속 진행해도 된다. 나스닥이나 뉴욕증시 상장이 아니어도 자금 수혈이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운더블 헬스는 프리 시리즈A까지 마무리하며 총 590만 달러(약 79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어 시리즈A로 500만 달러 투자유치가 목표다.
송 대표는 “내년부터 처방 급여화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본다. 많은 의사가 처방해 리얼월드데이터(RWD)를 많이 모아 사보험 시장에 등재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기술이 있다면 미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다른 스타트업이 미국에 도전할 때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