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담당자 31% "내년 경기침체 지속될 것" [한국 경제전망]

입력 2023-10-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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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위협요소로 '가계부채' 지목
10명 중 3명 "매출 전망 올해와 비슷"

국내 주요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담당자 10명 중 3명은 내년에도 우리나라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가계부채 증가, 공급망 불안 등을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꼽았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내년도 매출 전망도 보수적으로 잡았다.

9일 본지가 국내 주요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재무담당 임원 65명을 대상으로 창간기획 설문을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경기회복 시점에 대한 질문에 30.8%가 ‘내년 침체 지속’을 꼽았다. 24.6%는‘내년 상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봤고, ‘내년 하반기부터’로 답변한 비율도 21.5%에 달했다. 이어 ‘내년 전망 어려움’(12.3%), ‘올해 4분기부터’(10.8%)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 절반 이상(52.3%)이 1년 내내 경기 침체 혹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야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답변했다. 반면 올해 4분기 혹은 내년 상반기 내에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본 비율은 35.4%에 불과했다.

이처럼 경기전망이 악화된 것은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내수가 힘을 쓰질 못하는 데다 중국 경기 둔화와 최근 유가 상승에 따라 무역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마저 짙어졌기 때문이다.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는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잠재 요인이다. 한국은 에너지 90%가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금리 상승으로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부실이 커지는 가운데 고환율과 고유가로 물가가 뛰고 무역수지는 악화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게다가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는 국제 정세도 끝나지 않는 형국이다.

이번 설문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에 대한 질문(복수응답)에 53.8%가 가계부채 증가를 꼽았다. 이어 ‘미·중 갈등 및 경제 블록화 등에 따른 공급망 불안(43.1%), 반도체 수출 부진 및 소비 부진 등에 따른 경기 둔화(40%)가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우리 경제 위협요소로 꼽은 비율도 35.4%였다.

경기불황으로 내년 매출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내다본 CFO도 많았다. 이들은 내년 매출 전망치에 대해 ‘올해와 비슷’(33.8%)하거나 ‘소폭 증가’(27.7%)할 것으로 봤다. 10곳 중 3곳은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상 기업이 이듬해 경영계획을 수립할 땐 매출 목표를 늘려잡는 데다, 올해는 워낙 어려웠던 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적인 전망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우리나라 경기 회복 가능성이 약화하고 있다”며 “특히 수출 경기의 조기 회복이 어려울 경우 L자형 장기 침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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