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보고서 공개
문재인 정부 당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가스요금을 조정하려고 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요금조정 유보 의견을 반복 제시하면서 적기에 요금이 인상되지 않아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공기업은 사업 검토를 소홀히 한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으며, 갑질·뇌물수수·채용비리 등 공직기강 해이 사례도 만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10일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요 감사 결과를 밝혔다. 감사원은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자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과 경영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0월 4일부터 12월 16일까지 40일간 한전·LH·산업부 등 30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2022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자 산업부는 원가연계형 요금제 등에 따라 2021년 7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을 조정하려고 했다. 원가연계형 요금제는 연료비 변동분을 적시에,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기재부는 물가안정·국민부담 등을 사유로 유보 의견을 반복 제시했으며, 이에 따라 2021년 4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이 1회 적용 된 것을 제외하고 2022년 3월까지 요금 조정이 유보됐다.
요금 조정 제도의 경우에도 유보 사유가 구체적이지 않아 요금 원가주의 원칙이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요금의 구성항목인 연료비 조정요금은 유보 시 고려 사항, 판단 기준 등이 구체적이지 않고, 기본요금·정산금도 어떻게 조정·정산한다는 규정이 없어 원가변동 요인이 적기에, 주기적으로 검토·반영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가스요금 조정 제도 또한 유보 사유가 구체적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산업부와 기재부에 공공요금 조정제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등 재무관리 제도가 도입 취지에 따라 운영될 수 있게 개선하도록 통보하고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연료비 상승 등 원가변동에도 불구하고 요금을 조정하지 않으면 공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돼 전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요금에 반영되지 못한 연료비·원료비도 원가에 정산대상으로 누적돼 향후 전기 ·가스요금 인상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미래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가안정 및 국민부담, 거시경제 상황 등과 함께 한전·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 공공요금의 가격 신호 기능 저하, 미래 소비자 부담 전가 등 요금조정 유보에 따른 부작용도 균형 있게 고려해 연료비 등 원가변동 요인을 적기에, 주기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취약계층의 부담 완화방안 및 원가 미조정액의 회수계획 등 부작용 최소화 방안 마련을 병행하는 등 보다 합리적으로 전기·가스요금 조정체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 검토를 소홀히 한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기관도 적발됐다. LH는 주택 수요 부족으로 2015년 1월 청산이 결정됐던 A 택지개발사업의 수요를 부풀려 2018년 12월부터 다시 추진했지만, 주택 수요 부족으로 사업손실액만 최대 4346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손익관리 목표에 미달하는 행복주택사업, 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 등 83개 사업지구의 사업 규모를 재조정하지 않은 채 추진해 목표 대비 추정 초과손실액만 2257억 원이 예상됐다.
일부 기관의 방만경영 및 도덕적 해이 사례도 드러났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비효율·경직적인 승무 근무시간 관리 등으로 승무 인력의 월 근무시간이 소정 근로시간보다 12시간 적었고, 부족한 소요인력에 휴무인력을 과다 활용하는 등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다. 한국가스공사는 보상휴가를 받기 위해 직원의 87%가 시간외근무 실적을 허위로 입력했고, 대상이 아닌 상위직 관리자에게도 보상휴가를 부여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업무상 배임, 사기 등의 범죄혐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7건, 18명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고발·수사를 요청했다. 난방공사를 지도·감독하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난방공사 법인카드를 총 897회, 3827만 원 사적으로 사용한 산업부 공무원 B 씨에 대해선 수뢰, 강요 등의 혐의로 검찰총장에게 고발했다. 아울러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격 없는 업체에 설계·공사 470억 원을 일괄 발주하고, 주주 업체와 공모해 SPC 자금 8억 원가량을 무단으로 유출한 서부발전 차장 C 씨 등에게는 수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