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지만 괴짜인 테슬라 CEO 머스크와 달리 안정감도 장점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누굴까. 바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자동차 분야 최고 권위를 인정 받는 모터트렌드는 매년 초 에디터·자문위원들의 비공개 투표를 통해 ‘모터트렌드 파워리스트 50인’을 선정한다.
모터트렌드는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새로운 시대로 이끌고 있으며, 자동차 업체 CEO 이상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출시한 전기차가 전 세계에서 호평을 받으며 테슬라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도심항공기·로보틱스 같은 신사업으로 모빌리티 영역을 넓히고 있는 모습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정의선 회장을 이어 자동차 산업 영향력 있는 인물 2위는 메리 바라 GM 회장, 4위는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회장이 차지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42위에 그쳤다. 머스크는 2017년 1위에 오른 이후, 해마다 순위가 내려가고 있다.
테슬라 창업주인 머스크는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인물로, 21세기 기업가 정신의 표상으로 불린다. 다만 과도한 도전 의식으로 ‘괴짜’ 이미지도 가졌다. 머스크의 독선적 경영 스타일도 자주 도마에 오른다.
지난해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현 X)를 인수하자마자 공정성평가위원회 같은 조직을 해체하고, 일주일 만에 직원 절반을 예고 없이 해고해 논란이 일었다. 트위터를 인수하고 복잡한 사생활에 무책임한 언행이 너무 잦아 글로벌 SNS 세계에서 비판을 많이 받는다
정의선 회장은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혁신가라는 점에선 머스크와 닮았지만, 안정감이란 무게가 더해진 기업가로 평가 받는 이유다.
정 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창업주로 거슬러 올라간다. 500원 거북선 지폐로 차관을 받아 조선소를 지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전기차와 수소차를 화두로 던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역시 미래를 내다본 혁신가였다. 그런 현대가 혁신의 DNA가 정의선 회장에게 이어졌다.
정의선 회장은 공식 석상에 오를 때마다 ‘인류를 향한 진보’를 외친다. 완성차를 넘어 다양한 모빌리티 시장 진출에서 정 회장의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추진력은 할아버지나 아버지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평가다.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사장을 영입해 도심항공교통(UAM) 개발 전담 조직을 만들었고, 미래항공교통(AAM)로 개념을 확장한 2021년에는 미국에 AAM 독립법인 ‘슈퍼널’을 설립했다.
정 회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들은 “도전적이면서, 사업 포착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한다. 기아 사장 시절 성공적으로 ‘디자인 경영’을 추진했고, 현대차 부회장으로 일할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대응하면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켰다.
정 회장 취임 후 그룹 문화도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변화했다. 그는 머스크처럼 SNS에 집착하는 이른바 ‘폼 잡는’ 스타일도 아니다. 모범적 생활과 사업적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라는 평이다. 이현순 전 현대차 부회장은 2014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당시 정 부회장에 대해 “좋은 사람이면서도 매우 이성적이고 꼼꼼하고 차분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며 “정 회장의 혁신 리더십과 안정적 위기 관리 능력이 앞으로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