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최근 안정화 추세였던 원유 가격에도 영향을 주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큰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10일 2시 52분 기준 ‘KODEX WTI원유선물(H)’, ‘TIGER 원유선물 Enhanced(H)’ 등 원유 관련 ETF는 각각 3.90%, 3.91% 상승했다. 반대로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TIGER 원유선물인버스(H)’ 등은 각각 3.92%, 4.08% 하락했다.
지난달 개인은 해당 원유 인버스 ETF를 207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은 원유 ETF를 26억 원어치 사들였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기관이 인버스 ETF를 순매수하고, 개인이 원유 ETF 순매수세를 보이는 등 달라진 투자 양상을 보였다.
9월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의 감산 조치로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는 등 오름세를 보였으나 이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 우려와 미국 등 다른 산유국의 증산 조치로 안정세를 되찾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7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공격을 감행하고, 이에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에 나서는 등 두 국가 간 갈등 양상이 격화하면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실제 9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 배럴당 가격은 86.38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4.34%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산유국은 아니므로 두 국가 간 분쟁이 당장 석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겠으나 향후 주변국의 행보가 큰 파장을 줄 것으로 분석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산유국이 아닌 만큼 석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이란 간의 대리전 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기적으로 양국 간 대리전으로 치달으면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발생했는데, 배후에 이란이 개입됐음을 확인할 경우 미국 개입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 경우 중동 지역으로의 확전이 개시되며 유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이란 원유 수출 통제 강화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가 재부상할 수 있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주변국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주변국 개입 정도에 따라 유가 흐름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