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4%대 급등
신흥국 ETF, 한 주간 4.2조원 빠져나가
대표적 안전자산 金 강세
불안정한 상황 속에 중동 증시는 폭락하고 외환시장이 흔들렸다. 튀르키예 주식시장 벤치마크인 BIST100지수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종합지수(DFM)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각각 3.21%, 2.61% 급락했다. 유동성이 풍부한 신흥국 통화 중 하나인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미국 달러당 1.4%까지 내려간 뒤 글로벌 시장 전반의 위험 심리가 개선되면서 반등했다. 전쟁으로 중동 주변국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4.3% 급등한 배럴당 86.38달러로, 브렌트유는 4.2% 뛴 배럴당 88.15달러로 마감했다.
문제는 미국의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신흥시장이 최근 가뜩이나 흔들리는 가운데 새로운 지정학적 충돌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개도국 주식과 채권 전문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주에만 최근 1년간 가장 큰 규모인 31억2000만 달러(약 4조200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5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향후 5년간 신흥시장의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부터 채권자들을 보호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5주 연속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긴 기간 상승세다.
중동에서의 갈등 고조는 위험 자산에 대한 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7월 말 이후 신흥국 증시에서만 1조6700억 달러가 증발했다.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 강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12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1.04% 오른 온스당 1864.3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란의 하마스 공격 개입설에 불이 붙게 되면 신흥국 자산에 대한 수요는 한층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모넥스의 사이먼 하비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쟁 영향이 국지적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면서도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더 큰 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이 앞으로 미국과 이란의 조치에 촉각을 세워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