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은행 대상으로 실사 요청 공문 전달 후 무소식
코인마켓 거래소 18곳 완전자본잠식…생존 문제 시급
코인마켓 거래소가 모여 만든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자 협의체(VXA)가 출범한 지 약 9개월이 지났지만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1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VXA는 출범 이후 매달 만남을 가지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6월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실명계좌 발급 실사 요청 공문을 전달한 이후 외부에서 진행한 단체 행동은 없는 상황이다.
VXA 회원사 관계자는 “각 회원사 대표들이 월 1회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용에 대해 따로 공유 받은 부분은 없다”며 “아마 회의에서 활용할 내용이 없어서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VXA는 올해 1월 △플랫타익스체인지 △플라이빗 △BTX △프로비트 △포블게이트 △에이프로비트 △오아시스 △후오비 코리아 △지닥 △비블록 등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참여해 설립한 협의체다.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5대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의 대안으로 만들어졌다.
출범 당시 각 거래소 대표는 “현재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의 선택 권한을 제한하는 시장의 독과점이며, 독과점이 생긴 가장 큰 원인은 제한적 은행 실명계좌 발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VXA가 출범하며 제기한 문제의식에 따라 6월에는 신한은행·전북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에 협의체 공동명의로 원화 거래소와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실사 요청 공문을 전달했다. 해당 은행들은 현재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VXA는 실사 요청 공문을 전달한 이후 단체 행동을 보이지 않으며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실사 요청 공문 전달을 했지만, 아직 회원사 중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완료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닥사가 회원사 간 거래소 내부 정책을 통일해나가는 것과 달리 VXA 회원사들은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포블게이트는 지난달 가상자산 경보제를 도입했다. 가상자산 경보제는 닥사가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정책인데, VXA 중에서는 포블게이트가 처음으로 적용했다.
VXA가 동력을 잃은 배경에는 코인마켓 거래소 대부분이 당장 생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가상자산사업자 2023년 상반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인마켓 거래소 21곳 중 10곳은 거래 수수료 매출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나 빗썸 등 원화마켓거래소는 원화를 충전해 코인을 거래하지만, 코인마켓거래소는 비트코인과 같은 대형 코인을 충전해야만 거래를 할 수 있다. 이에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의 99%는 원화마켓거래소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수수료 수익이 유일한 수익원인 가상자산 거래소 특성상 거래가 발생하지 않으면 고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FIU에 따르면 상반기 코인마켓 거래소 21곳 중 18곳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