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는 오늘(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리기로 했습니다. 오비맥주가 국산 맥주 제품 가격을 인상한 건 지난해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입니다. 재룟값과 물류비가 올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했다는 설명이죠.
다만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트, 편의점 등에서 많이 팔리는 카스 500㎖ 캔 제품 가격은 종전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다른 주류업체들은 현재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인데요. 재료비와 물류비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만큼, 추후 가격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무엇보다 줄인상 우려를 키우는 건 오비맥주가 ‘맥주 업계 1위’라는 사실입니다. 통상적으로 오비맥주가 가격을 인상하면 2위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도 맥줏값을 따라 올려왔죠.
올해 4월 맥주 종량세가 전년 대비 30.5원 오르자, 주류 업체들은 출고가 인상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정책에 가격 인상을 자제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부의 부담에도 이번엔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겁니다. 이미 앞서 이달 초 유제품 가격이 모두 오른 것처럼 말이죠.
맥주에 앞서 흰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은 이달 1일부터 평균 5% 안팎으로 올랐습니다. 이는 낙농진흥회가 올해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해 원유가격을 리터당 88원, 8.8% 인상한 데 따른 건데요. 인상된 원유 기본 가격이 이달 1일부터 적용되면서 유업체들도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가격 조정에 나섰죠.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이날부터 ‘나100%우유’ 1L 출고가를 대형마트 기준 3% 인상했습니다. 대형마트에서는 2900원대, 편의점에서는 3200원 정도로 가격이 조정됐습니다.
매일유업은 흰 우유 가격을 4~6% 정도 인상했는데요. 편의점 판매가 인상은 다음 달 1일부터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남양유업도 이달부터 ‘맛있는우유GT’(900㎖) 출고가를 4.6% 올렸습니다. 빙그레는 6일부터 바나나맛우유, 굿모닝우유 등의 가격을 올렸는데요. 바나나맛우유는 편의점 기준 1700원에서 1800원으로 100원 올랐습니다.
흰 우유를 비롯해 가공유나 치즈, 아이스크림, 빵류와 과자류 등 가공식품까지 함께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실로 매일유업은 발효유와 치즈 가격을 6~9% 정도 올렸고, 남양유업도 가공유와 치즈 등 유제품 가격을 평균 7% 인상했습니다.
원유 가격이 유제품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정부는 현장 점검과 물가 관리에 나섰는데요.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양재 농협하나로마트에서 김정욱 축산정책관 주재로 소비자단체·생산자·유업계·유통업계와 함께 우유 등 가격 동향을 점검, 현장 간담회를 개최해 6일부터 본격화되는 유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을 앞두고 업계에 가격 인상 최소화 노력을 당부했습니다.
이에 유업계, 유통업계는 소비자 구매가 가장 많은 1L급(900㎖~1L) 제품의 가격을 대형마트 기준 3000원 이하로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200㎖나 1.8L 등 다른 용량 제품이나 요구르트 등 다른 제품군에 대해 4~12%의 인상률을 적용하기로 했죠.
농식품부는 우유 가격 상승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과자류는 유제품 원료 비중이 1~5% 수준에 지나지 않고,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유제품 원료는 수입산 의존도가 높아 국산 유제품 원료만으로 한정한다면 그 비중이 훨씬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섭니다.
이에 대체재를 찾아 나선 소비자들도 상당한 모양샙니다.
우선 맥주의 경우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볼 등 타 주류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최근 하이볼의 인기는 그야말로 선풍적인데요. 위스키 시장까지 전성기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 입니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스키류 수입량은 1만6900톤(t)으로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로 집계됐습니다.
우유의 경우 동일 제품이면서 가격은 20~30% 정도 저렴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PB)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CU에 따르면 이달 1∼9일 PB 우유 매출은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48.8% 늘었다고 하는데요. 같은 기간 기성 브랜드(NB) 우유 매출이 1.9%, 우유 제품 전제 매출이 5.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PB 제품에 상당한 관심이 쏠린 걸 알 수 있습니다.
GS25에서도 흰 우유 기준 PB 제품 매출은 41% 늘었는데요. 세븐일레븐도 흰 우유 매출 중 PB는 40%, 이마트24 PB는 27%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흰 우유 PB 제품(900㎖∼1L 기준) 가격은 2000원대 중반으로, 기성 제품 대비 20% 이상 저렴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산 우유나 식물성 대체유를 대안으로 삼기도 합니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2017~2022년 외국산 우유 수입량 자료에 따르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2017년 3440t에서 2019년 1만484t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2021년엔 2만3284t, 지난해에는 3만1462t까지 늘었죠.
폴란드산 멸균 우유는 시중에서 한 팩(1L) 기준 1600~1700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반면 국산 우유는 1L에 3000~4000원 사이를 오가고 있죠. 외국산보다 2배 넘게 비싼 겁니다. 외국산 우유는 유가공품 재료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외국산 수입 물량의 대부분은 1개월 이상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멸균 우유입니다.
사실 대체재를 찾는다고는 하지만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습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습니다. 전월(3.4%)에 이은 2개월 연속 상승 폭 확대인데요. 소비자물가는 올 1월(5.2%) 정점을 찍은 이후 7월까지 하락세를 이어왔으나, 8월부턴 다시 오르막을 걷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먹거리 지표인 외식 부문 물가 상승률이 4.9%로 전체 평균보다 1.2%포인트 높았습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 이후 28개월째 평균을 웃돌고 있죠. 외식 부문 39개 세부 품목 중 물가 상승률이 평균을 웃돈 품목은 31개로 79.5%에 달했습니다.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던 농산물 물가는 최근 이상기후와 폭염, 폭우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탓에 급상승했습니다. 지난달 농산물 중 과실의 물가 상승률은 24.0%로 평균의 6배가 넘었죠.
특히 소금·설탕값이 동시에 뛰면서 우려를 자아냅니다. 지난달 설탕과 소금의 물가 상승률은 1년 만에 동시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죠.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설탕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41.58로 지난해 동월보다 16.9% 상승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9월(20.7%) 이후 1년 만의 최고치입니다. 지난달 설탕 물가 상승률은 전체 물가 상승률(3.7%)의 4.6배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곡물·팜유값이 이미 지속적으로 상승한 상황에서, 연일 격화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으로 유가까지 뛰어오른다면 식탁 물가의 도미노 상승은 더욱 심화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