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 무겁다” 피고인 상고기각…유족 “가석방 안 돼”
‘신당역 스토킹 보복살인 사건’ 주범 전주환(32)에 대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등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12일 밝혔다.
전주환은 지난해 9월 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 있는 여자 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여성 직원 A 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직장 동료인 피해자 A 씨 의사에 반해 여러 차례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스토킹 혐의로 고소돼 형사 재판을 받다가 중형이 예상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전주환은 피해자를 보복 살해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 내부 망에 침입, 피해자의 개인정보인 근무 장소 등을 확인해 신당역 화장실에서 살해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앞서 전주환은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5년 부착 명령을 받았다. 스토킹 혐의 재판 1심에선 징역 9년을 선고받았는데, 이에 각각 항소하면서 2심에서는 두 사건이 병합됐다.
원심은 이들 두 사건 병합 심리로 인한 각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전부 유죄를 인정해 1심 형량보다 무거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전주환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2심 재판부는 “보복 범죄는 형사사법 질서를 무시하는 행위로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고, 피해자의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 실체진실 발견 및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방해하고 형사사법 체계를 무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살인 범행은 대단히 계획적이고 치밀하며 집요하게 실행됐고 그 범행 수법이 대단히 잔인하며 그 범행 결과도 참혹하고 중대하다”면서 “피고인의 재범위험성은 높아 보이고 향후 교화 가능성 면에서도 상당한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무기징역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와 정황 등 양형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피해자 유가족은 직접 법정을 찾았다. 유족을 대리한 민고은 변호사는 판결이 끝난 뒤 취재진에 “피해자의 생전 모습을 생각하면 어떤 형벌도 부족하겠지만 무기징역형에 가석방은 절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는 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기관이 피고인의 거짓된 반성에 또 다시 속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