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 능력 없는 한계기업 3903곳
기업 연체율 덩달아 치솟아 0.41%
가계대출도 6개월 연속 증가
당국, 은행 실태점검 속도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계·기업 할 것 없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연체율도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커지면 한국 경제를 무너뜨리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11조3000억 원으로 전월(8조2000억 원)보다 3조1000억 원 늘었다. 대기업 대출이 2조9000억 원에서 4조9000억 원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5조2000억 원에서 6조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19개 은행의 대출 연체액은 7조6949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41.4%(2조2516억 원) 급증했다. 중소기업의 은행대출 연체액은 4조3786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39.6%(1조2422억 원) 늘었다. 이는 은행권 전체 대출 연체 증가액 중 55.2%를 차지하는 규모다.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 관련 연체액은 1조8175억 원으로 55.9%(6514억 원) 커졌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리스크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계기업은 3903곳으로 분석대상 외감기업(2만5135개)의 15.5%를 차지했다. 전년(14.9%) 대비 한계기업 수 비중이 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와 기업대출 급증세가 맞물리면서 은행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경기침체도 계속될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영업자가 부실화할 수 있는 만큼 충당금 적립 등 선제적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 추세도 비상이다.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79조8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9000억 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3월까지 대체로 감소세를 유지했지만, 4월(2조3000억 원↑) 반등한 뒤 6개월 연속 불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기업·가계대출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대출 연체율도 치솟고 있어 금융권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발표한 ‘7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7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39%로 전월(0.35%) 대비 0.04%포인트(p) 올랐다.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상승 추이를 보면 5월 말(0.40%)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6월 말에는 분기 말 효과로 0.35%까지 소폭 하락했다가 7월 말 다시 상승 전환했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과 가계대출 연체율은 모두 상승했다. 7월 말 현재 기업대출 연체율(0.41%)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7%p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0.36%)도 전년 대비 0.17%p 상승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부채와 연체율이 동시에 급증하는 등 시장 상황에 면밀히 대응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연내 변동금리 주담대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개별 은행별 가계부채 관리 실태점검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실태점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필요하면 추가적인 제도개선 과제도 발굴·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는 장기적 시각에서 꾸준히 이뤄져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은행권 등에서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 관행 안착’에 관심을 두고 관리해 달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다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