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과 백성들이 소통하던 공간…경복궁 역사성 회복
문화재청 "경복궁, K관광의 랜드마크 되도록 노력"
광화문이 옛 모습을 찾았다. 문화재청은 15일 오후 5시 경복궁 광화문 앞 광장에서 월대(月臺) 및 현판 복원을 기리기 위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월대는 경복궁의 다른 전각들과 같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졌다. 이날 행사는 지난 2006년 '광화문 제 모습 찾기'를 시작으로 그간 추진된 월대와 현판 복원이 마무리됐음을 알리기 위해 열렸다.
월대란 궁궐의 정전(正殿), 묘단, 향교 등 주요 건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臺)를 말한다. 조선의 예법과 절차, 외교 행사 등을 위한 각종 의례가 진행되는 장소였다.
승정원일기(영조 20년)에는 "광화문에서 백성들의 상언을 받도록 명함"이라는 문구가 기록돼 있다. 고종실록 28권에도 "광화문에 나아가 왕세자가 쌀을 하사하는 행사 거행"이라고 쓰여 있다.
이처럼 월대는 궁궐과 백성을 연결해주는 위민(爲民)의 성격도 있다. '쌀을 나누어줌'이라는 뜻의 사미(賜米)와 더불어 임금과 백성이 직접 소통하는 공간이 바로 월대였다.
문화재청은 복원 과정 중이던 지난 8월에 월대 어도(임금이 다니는 길)의 가장 앞부분을 장식하던 서수상(瑞獸像, 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으로 추정되는 석조각 2점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 측으로부터 기증받았다. 서수상은 경기 용인시에 있는 호암미술관 야외 정원에 전시돼 있었다.
문화재청 측은 본지에 "올해 초 국민신문고 민원을 통해 호암미술관에 (유물이) 있는 것 같으니 한번 조사해보라는 내용이 접수됐고, 문화재청이 전문가와 함께 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건축사적, 미술사적 측면으로 봤을 때 (광화문 월대 서수석이) 맞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유족 측에 이야기하니 흔쾌히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기증받은 서수상 2점은 광화문의 해치상, 경복궁 근정전 월대의 서수상 등과 양식적으로도 유사한 면이 있다.
형태와 규격, 양식 등이 사진 자료 등을 통해 확인되는 과거 광화문 월대와 일치해 고종 재임 시절 월대 건립 당시 사용된 부재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문화재청 측의 설명이다.
월대와 더불어 복원된 광화문 현판 역시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현판은 기존 흰 바탕에 검은색 글자에서 검정 바탕에 금색 글자로 복원됐다.
문화재청 측은 "광화문 현판 역시 같은 시기 사료를 근거로 복원해 경복궁 전체 복원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光化門)은 경복(景福), 즉 큰 복이 '빛이 되어 백성에게 퍼져 나간다'는 민본사상을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사상이 현판에 상징적으로 표현된 셈이다.
이번 복원 행사의 슬로건은 '광화문 월대 새길맞이'다. 새로운 길이 마련돼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을 향해 나아가자는 염원을 담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최응천 문화재청장 등이 참석했다. 문화재청 누리집을 통해 사전 신청한 국민 500명도 함께 했다.
기념식은 광화문 완성이 갖는 다양한 의미를 살릴 수 있는 행사로 진행됐다. 광화문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광화문답'을 비롯해 다양한 영상과 공연, 프로젝션 맵핑(미디어쇼)이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행사 후 참석자들은 월대를 걸어 광화문을 통해 경복궁에 입장했다. 흥례문 광장에서 수문장 도열과 취타대 연주를 감상한 후 근정전에서의 문무백관 도열 등을 관람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경복궁 복원정비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해 경복궁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세계적인 K관광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재청 측은 "광화문이 온전히 복원됨에 따라 광화문이 갖는 건축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역사·사회·경제적 가치 등 국민께서 우리 전통문화를 풍성히 누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