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부터 한강까지 ‘따릉이’ 타고 힐링하며 시간여행

입력 2023-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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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가을맞이 따릉이 추천코스 6선’ 공개
9년차 ‘따릉이’ 시민 보행 수단으로 장착
마곡 13단지·LG유플러스 마곡 사옥 이용 多

한국의 4대 고궁을 자전거를 타고 볼 수 있다고요?
따릉이의 매력이 어마어마하네요.

지난 12일 창경궁 앞에서 만나 따릉이를 빌리는 방법을 묻던 존(32) 씨는 “영국에서 한국에 놀러 왔는데 궁 안에 들어가 보니 정말 아름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자전거를 타고 싶었는데 외국인들도 따릉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쉽게 빌릴 수 있어서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

알록달록한 단풍이 피는 가을철을 맞아 서울의 4대 고궁부터 시작해 한강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따릉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는 자전거의 계절을 맞아 편하고 저렴하고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따릉이 추천 코스 6선’을 선보이고 있다.

따릉이로 역사체험 ‘4대 고궁코스’

▲4대 고궁코스의 출발점인 ‘창경궁 입구 대여소’의 모습.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 옆에는 따릉이 대여소가 위치하고 있다. (김채빈 기자 chaebi@)

4대 고궁코스에서는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현대에서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며 역사를 눈으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코스는 총 4㎞로 창경궁 입구~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시립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코스의 첫 시작인 창경궁 입구에서는 외국인들이 따릉이를 빌리기 위해 휴대폰을 보며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현재 따릉이는 앱을 통해 이용권을 구매하면 외국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기자가 ‘4대 고궁코스’에 대해 설명하자 외국인들은 박수를 치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창경궁 입구 대여소’에서 따릉이 정기권을 구매해 ‘4대 고궁코스’를 직접 달려보니 조선 시대의 아름다운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을 직접 눈으로 담아볼 수 있었다. 창경궁에서 율곡 터널을 지나 담장을 따라 달려보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받았다.

따릉이를 타고 달려 도착한 창덕궁 돈화문은 현존하는 궁궐의 대문 중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대한민국의 보물 제383호로 지정돼 있다. 실제로 돈화문 앞에는 많은 외국인을 비롯한 시민들이 한복을 입고 각자의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시민들이 열린송현녹지광장의 안내도를 바라보고 있다. (김채빈 기자 chaebi@)

창덕궁을 넘어서 내리막길을 지나면 서울광장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열린송현녹지광장’이 나타난다. 광장에서는 서울 한복판에서 탁 트인 녹지대와 코스모스·백일홍 등 여러 꽃이 한창인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식재한 코스모스, 백일홍, 천일홍 등 약 40종의 가을꽃이 만개했다”며 “사진도 찍고 다채롭게 마련된 전시도 즐기며 특별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복궁 광화문 앞에서는 100년 만에 복원된 월대와 현판을 보며 제 모습을 찾은 문화유산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다. 월대는 과거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임금과 백성이 만나던 ‘역사의 길’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따릉이로 덕수궁 앞까지 달리면 약 30분가량의 역사 체험이 끝나게 된다.

한강공원·서울숲 코스 등 자전거로 힐링

▲여의도 한강공원 코스를 달리다보면 63빌딩부터 시작해 여러 대교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김채빈 기자 chaebi@)

따릉이로 한강을 달리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도 있다. 쭉 뻗은 자전거도로를 1시간 내내 달릴 수 있는 ‘여의도 한강공원’ 코스를 통해서다. 코스는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 대여소~샛강생태공원~반포한강공원을 달리는 총 10㎞다.

13일 여의나루역 앞 따릉이 대여소에 옹기종기 모인 학생들은 ‘우리 어디까지 갈까?’라고 이야기하며 따릉이를 빌리기 바쁜 모습이었다.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즐기는 계절을 맞아 한강 앞 대여소에는 평일 오후시간 때임에도 따릉이가 단 두 대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첫 목적지인 샛강생태공원에서는 창포원, 버들광장 등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접하며 강안에서 물고기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새소리를 들으며 힐링을 하는 기분이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63빌딩을 거쳐 노들섬에 다다르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한강 냄새도 맡을 수 있다. 시민들은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거나 낚시를 즐기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따릉이 앱을 통해 따릉이 대여 정보와 대여 반납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김채빈 기자 chaebi@)

특히 한강공원은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돼있어 따릉이뿐만 아니라 일반 자전거를 탄 시민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슬비(33·가명) 씨는 “평소 따릉이를 타러 한강에 자주 온다”라며 “일반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도 ‘지나갑니다’라고 매너 좋게 말해주셔서 한강에서는 안전하게 탈 수 있다”고 말했다.

페달을 밟아 속도를 내다 보면 동작대교가 보이고 유채꽃밭으로 유명한 ‘서래섬’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빛섬, 가빛섬, 예빛섬이 있는 반포한강공원에 도달하게 된다. 반포한강공원에서는 현재 ‘한강페스티벌_가을’이 열리고 있어 음악회, 푸드코드, 플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주말마다 보행교로 탈바꿈하는 잠수교를 따릉이에서 내려 걸어보는 묘미도 맛볼 수 있다.

서울시는 여의도 한강공원 코스(10㎞), 4대 고궁코스(4㎞) 이외에도 서울숲 한강코스(3㎞), 중랑천 자전거길 코스(21㎞), 상암 공원 라이딩 코스(5㎞), 경춘선숲길 라이딩 코스(4㎞) 등 총 6가지 코스를 추천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민들 ‘잇템’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역 인근에 따릉이가 세워져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015년 12월 정식 운영을 시작한 ‘따릉이’는 올해 5월 누적 이용량이 1억4000만 건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용량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따릉이 누적 대여건수는 9859만여 건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2021년 3205만 건, 2022년, 4094만 건, 2023년 7월까지 2558만 건으로 조사됐다.

올해 시간대별 이용현황을 살펴보면 오전 7~8시 이용비율이 5~8%, 오후 5~7시 7~11%로 다른 시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에는 8시가 8.73%로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였고, 오후 시간대 중 6시가 11.11%로 하루 중 가장 많이 따릉이를 이용하는 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말 오후 3시~6시에도 6~7%를 기록했다.

퇴근시간대 따릉이 이용률이 높은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서 만난 김승훈(31) 씨는 “홍대 근처에서 자취하고 직장이 6호선 대흥역이라서 출퇴근길에 따릉이를 자주 애용한다”라며 “경의중앙숲길을 따라서 가면 10분도 채 안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에 사람 붐비는 지하철보다 따릉이 타고 출퇴근하면 더 상쾌하다”고 전했다.

평일 출근시간대 이용비율이 가장 높은 대여소는 마곡 13단지, 서울축산농협(장안지점), 청소년수련관후문 등이 뒤를 이었다. 평일 퇴근시간대는 LG유플러스 마곡사옥, 뚝섬유원지역 1번 출구 앞, 신한금융투자 앞, 한강공원 망원나들목 등에서 따릉이를 많이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따릉이와 대중교통을 연계해 환승 시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있다. 대상은 따릉이 1년 정기권 이용자 중 버스, 지하철 30분 이내 환승자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역 출입구, 버스정류장 등 대중교통 인근에 따릉이 대여소를 설치하고 있다”라며 “대중교통 환승 시 마일리지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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