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6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141차 총회에서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제안하고 IOC 집행위원회가 승인한 신규 5개 종목 추가를 가결했는데요. 야구·소프트볼과 스쿼시, 크리켓, 플래그 풋볼, 라크로스가 2028년 LA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21 도쿄 올림픽에서 열렸는데요. 내년 파리 올림픽을 건너뛰고 2028년 LA 올림픽에서 다시 선을 보이게 됐습니다.
야구 말고도 반가운 종목들이 많습니다. 크리켓은 제2회 대회였던 1900년 파리 올림픽 이후 무려 128년 만에 돌아옵니다. 크리켓은 인도와 파키스탄을 비롯해 남아시아 지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 25억 명 이상의 팬을 보유하고 있어, LA 대회에 벌써부터 큰 관심이 쏠리고 있죠.
또 라크로스는 1904 세인트루이스 대회와 1908년 런던 대회 이후 세 번째로 올림픽에서 열리게 됩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종목도 있는데요. 스쿼시와 플래그 풋볼은 2028 LA 대회를 통해 올림픽 무대에 데뷔합니다.
최초의 근대 올림픽인 제1회 아테네 대회의 정식 종목은 단 9개였습니다. 여기서 점차 종목이 추가되면서 지금의 올림픽 형태를 갖춘 건데요. 2021 도쿄 대회에서는 33개 종목,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28개 종목 대회가 진행됐습니다.
초창기에는 개최국에 유리한 종목이 선정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다수의 메달을 따내며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 데 따른 거죠. 1900년 파리 대회에서는 승마, 크리켓, 폴로 같은 유럽에서 즐기는 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추가됐는데요. 바로 다음 대회인 세인트루이스 대회에서는 이 종목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대신 미국이 강한 라크로스, 복싱, 로크 등이 새롭게 들어왔죠. 1964년 도쿄 대회에서 유도와 배구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개최국인 일본이 강한 종목이기 때문이죠. 2028 LA 대회가 ‘야구 종가’ 미국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된 후에는 야구의 올림픽 부활이 일찌감치 예상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올림픽에서는 각종 종목이 추가되고 빠지기를 반복해왔는데요. 개최국에 따라 종목 변동이 심해지자 IOC가 직접 나섰습니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관리하기 시작한 건데요. IOC는 1989년 총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스포츠’, ‘남자부와 여자부가 함께 있는 스포츠’여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죠.
이 기준은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적용됐는데요. 당시 25개의 종목이 채택됐습니다. 4년 뒤인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는 소프트볼이 추가되면서 26개로 늘었죠.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는 트라이애슬론과 태권도가 합류해 28개 종목이 됐는데요.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야구와 소프트볼이 퇴출당했습니다. 당시 여자 야구와 남자 소프트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명확한 기준을 준수하면서 1회부터 32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는 육상, 수영, 사이클, 체조, 펜싱 등 5개뿐입니다. 이들 종목은 기초 종목이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스포츠임을 방증한 셈이죠.
IOC는 구체적으론 △하계 올림픽 남자 경기의 경우 4개 대륙 75개국 이상에서 널리 실시되는지 △하계 올림픽 여자의 경우 3개 대륙 40개국 이상에서 널리 실시되는지 △동계 올림픽의 경우 3개 대륙 25개국 이상에서 실시되고 있는지 등의 사안을 검토하고 찬반 투표를 거쳐 올림픽 정식 종목을 선정합니다. 즉 세계 곳곳에 널리 퍼져 있고, 남성과 여성 모두 경기할 수 있는 종목이어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선정될 기회를 얻는다는 겁니다.
근대 올림픽의 개최 목적은 아마추어 스포츠의 근간을 이루는 신체적·정신적 자질의 발전을 도모하고, 스포츠를 통한 상호이해로서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데 이바지하며, 전 세계에 올림픽 정신을 널리 보급해 국제친선을 도모하는 데 있습니다.
이에 올림픽 참가는 국가나 개인,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모든 참가자는 ‘올림픽의 의의는 이기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다’는 신조를 존중해야 하죠.
그러나 전 세계인들의 시선이 쏠리는 만큼, 순수한 스포츠 정신만이 유지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현대 올림픽은 개최국을 홍보하는 거대한 파급 효과와 천문학적인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상업성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이에 IOC도 상업성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원래 IOC는 스폰서의 자금 후원을 거부해왔지만, 1980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취임한 후부터는 올림픽 중계권과 상표의 스폰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에 기업 이름을 각인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기업들의 후원은 쇄도했고, 재정난으로 고심하던 IOC도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죠. 코로나19 유행 속 2021 도쿄 대회를 강행한 IOC의 결정도 중계권 등 수입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되면서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IOC는 중계권 계약을 따낸 방송사로부터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습니다. AP 통신은 크리켓이 2028 LA 대회에서 정식 종목이 되면서 인도 방송사들이 IOC에 올림픽 중계권료만 1억 달러(한화 약 1355억 원)를 지불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명실상부한 야구 종주국입니다. 그러나 MLB 사무국은 그간 메이저리거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올림픽 개최 시기가 늘 MLB 정규시즌과 맞물리면서, 빅리거들 대신 마이너리거들이 대표팀 주축을 이뤘죠. MLB 선수들의 불참은 야구가 올림픽에서 퇴출됐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야구가 LA 대회에서 다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MLB 간판 스타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IOC는 “올림픽은 각 종목 세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대회다. 야구도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출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는데요. 13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리카르도 프라키라 세계야구소프트볼협회(WBSC) 회장은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2028 LA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경우 MLB 선수들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라카리 회장은 MLB 사무국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문서를 받았고, MLB 선수노조도 이에 합의했다고 알렸죠.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우리나라 프로 선수들의 ‘병역 특례’ 길도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야구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선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만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올림픽 종목 부활로 2026년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8 올림픽으로도 병역 혜택을 노릴 수 있게 된 겁니다. 올림픽에선 3위 이내에 들면 병역 특례 대상자가 됩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첫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선 9전 전승 우승이라는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도쿄 대회에서는 일본과 미국에 연달아 패하며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는데요. 도미니카 공화국에 6-10으로 패배하면서 4위에 그쳐야 했죠.
이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을 달성, 병역 특례 혜택까지 챙긴 바 있습니다. 올림픽에선 금~동메달에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선수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메이저리거가 올림픽에 참가한다면 한국의 메달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향후 LA 대회에서 써낼 우리 야구 대표팀의 성적에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