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재편등 대응 시급하지만
효율성·리스크 조화하는게 관건
요즘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면 중국 시장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비관론과 낙관론이 맞붙으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봉쇄조치가 종료되어 ‘리오프닝’ 효과로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 경제 회복세가 부진하다. 올 상반기 중국 경제는 5.5% 성장하여 지난해 경제성장률 3%보다 높지만, 전망치보다는 낮다.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등의 주요 거시경제 지표는 모두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의 선진국행 수출이 급락하여 일본, 유럽으로의 수출은 10% 이상, 미국행 수출은 20% 이상 감소하였다.
중국 경제 침체는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대중 수출은 26% 급감했고 그로 인해 무역적자가 278억 달러나 발생했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대중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2010~2019년 7.7%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앞으로는 3~4%대의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연평균 GDP 증가율을 2023~2028년 4.5%, 2029~2035년 3.3%로 예측한다. 중국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부동산 침체다. 중국 GDP에서 부동산 비율은 30%에 이른다. 부채 주도형 성장에서 누적된 부동산 거품과 금융 부실이 중국 경제의 위기를 불러올 시한폭탄으로 작용한다. 이 가운데 중국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과 미국과의 갈등이 중국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령화, 공공 부채, 대미관계 경색 등을 이유로 중국 경제침체가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보다 더 심각한 불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급격한 고령화를 겪으며 성장동력이 약화됐고 GDP의 95%나 되는 공공부채가 부실해질 위험이 크다는 게 이유다.
이런 비관론이 과도하며 중국 경제가 회복력을 되찾아 계속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론도 팽팽하다. 우선, 중국 정부가 앞장서 비관적 전망을 일축하며 경제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경제성장을 재견인하겠다는 자신감을 표명했다.
국내외 중국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경제가 봉착한 문제는 경제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는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성장통일 뿐 잠재력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몇 차례 우려되었으나 기우에 그쳤으며, 2008년 미국발 부동산 금융위기에서도 중국 경제가 살아난 점을 들어 현재의 침체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치부한다.
이런 논란 가운데 국내 기업은 중국 경제의 리스크에 대응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을 다원화하고 있다. 한때 중국 시장에 올인하다시피 해 대규모 투자를 이행한 기업들은 탈중국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내 공급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한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분야의 기업들은 현지 사업을 매각·청산해 정리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며 중국을 견제함에 따라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핵심산업의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공급망을 분리하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 경쟁을 벌이던 수출 기업들은 이제 중국 시장을 탈피해 대거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몰리고 있다.
중국 경제가 침체되고 향후 성장세는 둔화되더라도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며 다른 나라로 대체하기 어려운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완전히 탈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기업들은 중국과 중국 외 시장에 대한 공급망과 유통망을 별도로 분리(de-coupling)해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낭하는 대기업은 중국과 미국에는 각각 생산기지를 현지화해 내수용으로 활용하고, 동남아시아 등의 제3국 생산기지는 그 밖의 다른 나라 시장을 표적으로 하는 다원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다원화 전략이 대기업에는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엔 통용되지 못한다. 중국과 비중국을 구분해 이원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중소기업이 국제시장에 대한 공급망을 분리해 별도로 운영하는 것은 자원과 물량의 분산을 초래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효율성과 리스크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중소기업의 공급망 재편이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과 글로벌화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