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징계 직원 호봉산정 제멋대로…혈세 19억 날린 한국서부발전

입력 2023-10-22 10: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호봉 잘못 처리한 사례 140건 적발…과다 지급액 19억 원
대법원, 2016년 ‘승호 보류’ 판결…엇갈린 해석 방향성 제시
소송 주체 서부발전, 모호한 규정 여전…“그때 명확히 했어야”

▲ 한국서부발전 본사 전경. (한국서부발전)

한국서부발전이 징계 처분받은 직원들의 호봉을 제멋대로 산정해 혈세를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산정기준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지만, 7년이 지난 이제야 개선에 들어가면서 세금 낭비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서부발전 감사실은 최근 ‘임직원 보수 지급 운영에 관한 조사’를 벌여 징계 처분받은 직원들에게 승호(호봉 승급) 발령을 잘못 처리한 사례 140건을 적발했다. 감사실은 이들에게 과다 지급된 급여액만 최소 1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공공기관인 서부발전은 호봉제다. 보수규정에는 ‘근속 1년인 근로자는 연 1회 1호봉씩 승호한다’고 명시돼 있다. 상벌규정에는 징계 종류별로 2~7년까지 징계 말소기간을 정하고, 이 기간동안 정기승호는 보류됐다가 종료 후 환원한다.

또 징계 처분을 받은 자는 ‘정기승호를 1회 보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서부발전은 ‘승호 1회 보류’를 인사 담당자마다 다르게 해석했다. 징계 말소기간이 지나면 ‘1회 보류’에 따라 기존 호봉보다 한 단계 낮은 상태로 환원해야 하지만, 곧바로 원래 호봉으로 인정해주는 식이다.

가령 13호봉인 직원 A 씨가 2020년 징계로 감봉 처분(말소기간 3년)을 받았다면, A 씨는 3년간 정기승호가 보류되고 2024년부터 호봉이 올라간다. 이때 환원된 A 씨 호봉은 -1이 적용된 15호봉이어야 하는데, 서부발전은 16호봉 그대로 올리는 등 기준이 들쭉날쭉했던 셈이다.

단순 계산하면 직원 한 명당 1호봉 상승 시 1년에 160만 원 정도 오르는 효과가 있다. 줄어야 할 승호가 하나씩 오른 부분은 매년 누적되고, 급여에서 파급되는 각종 수당과 성과급까지 합하면 과다 지급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감사실은 과다 지급된 급여액 19억 원을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19억 원도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에 따라 10년(2013~2023년)에만 해당하는 수치다. 2002년 1월부터 승호 발령을 잘못 처리해왔지만, 2013년 이전 과다 지급분은 받아낼 방법이 없다. 이미 퇴사한 직원의 지급분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법원은 2016년 6월 ‘승호 보류’에 대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해석에 따른 내부논쟁이 있었고, 소송 당사자는 서부발전과 소속 직원 등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1회 승호를 보류한다’는 규정의 중점은 ‘1회’에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1회에 1호봉씩 오르는데 그것이 보류된다는 것은 결국 1호봉이 오르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산정 기준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지만, 소송 주체였던 서부발전은 7년이 지난 올해까지도 일관적인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대법 판결 이후 규정을 명확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라며 “(2016년 이후로도) 과다 지급액이 더 늘어난 건 맞다”고 설명했다.

감사실은 이제야 ‘보수규정’ 관련 규정을 명확하게 개정(개선)하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또 본사 및 사업소 인사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재발 방지교육을 시행하라며 ‘기관주의’ 조치했다. 다만 인사 직원들은 징계 소멸시효(5년)가 지났을 뿐 아니라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조항이 없다며 불문경고 처분을 내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