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경합주 여론조사서는 트럼프 5곳서 이겨
토론회 불참에도 트럼프 존재감 확실
고액 기부 감소에도 소액 기부는 폭발적 증가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 트럼프는 바이든에 앞서고 있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46% 지지율로 41%에 그친 바이든을 5%포인트(p) 차로 앞섰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까지 포함한 3자 대결에서 트럼프는 39%로 바이든의 33%, 케네디의 19%를 웃돌았다. 이번 조사는 18~19일 211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블룸버그통신이 모닝컨설트와 공동으로 5~10일 7개 경합주 유권자 5023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5곳에서 지지율이 바이든을 웃돌았다. 평균 지지율도 47%로 43%의 바이든에게 앞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화당의 주요 기부자 중 상당수가 이러한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이자 공화당 기금 모금 담당자인 에릭 레빈은 약 1500명의 기부자·정치인들에게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이메일에서 “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불가피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라는 명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그의 지명은 우리 당과 미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또 그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빨리 바뀌지 않으면 사람들은 절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부자들은 트럼프가 재기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들은 트럼프의 지지율이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것만큼 강력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건강·정치적 문제 등으로 그가 공화당 경선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고액 기부자 다수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물러서는 분위기라고 WSJ는 전했다. 이는 누구도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텍사스의 한 공화당 기금 모금가는 WSJ에 “주요 기부자들이 좋든 싫든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며 “아무도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는 근본적인 믿음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토론회에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선명한 영향력을 보인다는 평가다. 많은 고액 기부자는 8월 치러졌던 공화당 대선 경선 1차 TV 토론회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연극의 드레스 리허설”처럼 느껴졌다고 입을 모았다. 또 트럼프가 없는 토론장이 “어린이 테이블 같았다”며 그의 빈자리가 컸다는 의견을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에 없는 코끼리’였다는 비유도 나왔다.
공화당의 고액 기부자들은 보수 유권자들의 요구와 점점 더 멀어지는 모양새다. 고액 기부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소액 기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트럼프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액 기부자들의 당내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하는 슈퍼팩(Super PAC·정치활동위원회)은 10만 달러(약 1억3500만 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이 25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WSJ는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유권자의 동정심과 고액 기부자의 이해관계 사이의 괴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