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처음으로 올해 2.0%를 밑돌고 내년에는 더 아래로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어제 국회에 제출한 ‘최근 20년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각 1.9%, 1.7%로 추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향후 5년간 연평균 2.0% 전망보다 더 비관적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으로,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가리킨다. 그 전망치가 2%를 하회한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등의 무리한 정책조합을 감수하지 않는 한 경제성장률 또한 잘해야 1%대에 머물 것이란 암담한 예고다. 저출산·고령화·혁신 부족과 같은 복합적 병리 증상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OECD가 모든 선진국에 비관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니다. 내년 미국의 잠재성장률에 대해선 1.8%에서 1.9%로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명목 GDP는 25조4627억 달러로 세계 1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우리나라는 1조6733억 달러로 13위다. 잠재성장률은 일반적으로 경제 규모에 반비례한다. 신속하게 움직이는 기동력 측면에서, 항공모함이 경량급 함정을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철칙에 반하는 한·미 양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적신호다.
주요 7개국(G7) 중 내년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우리처럼 하락한 국가는 ‘잃어버린 30년’을 겪는 일본뿐이다. 한·일 양국이 갈 길을 못 찾고 함께 헤매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것도 그렇지만 내년 잠재성장률이 실제 1.7%로 추락해 미국에 뒤지면 OECD 통계상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G7 국가를 밑도는 결과가 나온다는 점도 암울하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도 모자랄 판국에 발육 정지 선고를 받는 셈 아닌가. 이래서야 어찌 G7 반열에 올라설지 의문이다.
더 유념할 것도 있다. OECD가 2021년 11월 장기 전망을 통해 우리 잠재성장률이 2030년 이후 0%대로 떨어져 38개국 회원국 중 꼴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는 점이다. 지금도 나쁘지만 2030년 이후엔 더 나쁠 수 있다는 암울한 경고다.
성장이 정체하면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잠재성장률을 좌우하는 총요소생산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인구학적 문제와 맞물리는 노동에선 뾰족한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만큼 일단 혁신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교육, 연금 개혁만 충실히 이뤄져도 서광이 비칠 수 있다. 킬러 규제를 비롯한 혁신 과제도 적극 밀어붙일 일이다. 총요소생산성에 관여하는 주요 지표는 노동, 자본이지만 기술, 법제, 노사관계, 경영혁신 등도 결정타 역할을 할 수 있다. 국회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